[건강 칼럼] 건선성 관절염, 건선보다 먼저 발병할 수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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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성모병원
피부과 이영복 교수

오랫동안 필자의 병원에서 건선을 치료한 40대 주부 환자가 지난 달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환자는 한동안 건선 증상이 호전되어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정기 검진을 받으며 지내오던 상태였는데, 질환을 오래 앓아서 건선성 관절염 등 건선 환자에게 쉽게 나타나는 여러 동반질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들어 환자는 가끔씩 손가락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건선 증상은 재발하지 않아서 단순히 설거지 등의 집안일을 무리해서 관절통이 나타났다고 여겼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몇 달을 보내다가 갑자기 손 관절이 너무 아파 티슈 한 장 제대로 뽑지 못하는 상태로 악화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선 증상도 재발해 바로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진단 결과 환자는 건선성 관절염이었고 오른손 엄지 손가락 염증이 유난히 심한 상태였지만, 다행히도 너무 늦지 않게 병원을 찾은 덕에 관절의 영구적인 손상은 막을 수 있었다.

환자에게 건선의 동반질환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왜 조금 더 일찍 병원을 찾지 않았냐고 묻자 건선보다 관절염 증상이 먼저 나타나 건선성 관절염을 의심해보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보통의 건선성 관절염은 건선을 앓은 지 10년이 넘은 환자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동반질환으로, 건선 증상이 먼저 나타난 후에 관절염 증상이 뒤따라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환자의 예처럼 드물게 건선성 관절염이 먼저 나타나고 피부에 건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본인이 이미 건선을 앓고 있거나 가족 중 건선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어 가족력이 있다면 손과 발에 나타나는 작은 관절통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다른 관절염과 마찬가지로 건선성 관절염도 치료 시기를 놓쳐 한 번 관절이 변형되고 나면 치료 후에도 원래의 관절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은 모두 우리 몸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 세포가 내 몸을 외부 물질로 오인해 공격하는 질환으로써 피부를 공격하면 건선으로, 관절을 공격하면 건선성 관절염으로 질환이 나타난다. 건선성 관절염은 보통 손과 발의 작은 관절에서부터 염증이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골반이나 척추와 같이 큰 관절에서 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 아침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관절이 굳어 움직이기 힘든 조조강직 증상이 발생하는데, 조조강직은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면 한두 시간 만에 곧 통증이 사라지는 양상을 보여 환자 스스로 질환을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손과 발의 연부조직에 열감이 느껴지면서 퉁퉁 부어 오르는 지염도 건선성 관절염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이다. 따라서 건선 환자의 경우 평소 건선성 관절염 증상에 대해 잘 알아두고 증상이 발견되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건선성 관절염은 틍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중심으로 혈액 검사를 진행하거나 엑스레이 또는 MRI 검사를 통해 판단하게 된다. 보통 환자의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항류마티스 제제를 사용하고 중등도 이상이면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한다. 이 중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TNF-알파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약제로, 관절 변형을 억제하는 효과를 입증해 최근에는 질환의 조기부터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건선성 관절염이 희귀난치질환 산정특례에 포함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면 환자가 치료 비용의 10%만 부담하면 되어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모든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건선성 관절염 역시 빨리 발견하고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다. 따라서 건선을 오래 앓은 환자라면 증상이 많이 호전된 상태여도 경우에 따라 건선성 관절염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고, 중등도 이상의 건선 증상을 가진 환자라면 본인 몸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작은 관절통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건선성 관절염 증상이 나타난다면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방문해 피부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본인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