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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늘어나는 「산업스파이」|"돈 될만하면 뭐든 빼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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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산업스파이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미국에서 산업스파이들이 훔쳐간 각종 기술정보와 거래상의 비밀 등을 값으로 따지면 연간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이들이 노리는 목표는 다양하다 .한마디로 이익이 따르는 곳에 산업스파이가 있다고할 정도. 의약품제조방식이나 향수배합기술, 광물탐사자료, 최신컴퓨터기술로부터 영업계획 고객장부, 슈퍼마키트의 가격매기는 방법에서 대표이사의 건강상태까지 아무리 자잘한 것이라도 돈으로 바꿀만한 가치를 갖는 것이면 무엇이든 노린다.
산업스파이가 늘고있는 것은 여러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중에 하나는 피해를 본 기업이 그 사실을 밝히려들지 않는다는 것.
지난해 FBI와 손을 잡고 덫놓기작전으로 그들의 컴퓨터정보를 매수하려던 일본미쓰비시와 히따찌의 음모를 막아버린 미국의 IBM이 오히려 예외에 속할 정도. FBI의 산업스파이전문가인 「데니스·커배너」씨는 『IBM사건이 터졌을때 우리는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피해를 당해도 법정으로 끌고가기보다는 입을 다무는 쪽을 선택한다.
산업스파이는 대체로 3개부류로 나뉜다. 정보를 입수하려는 기업과 중개인, 정보입수대상기업내에 재직하는 내부인이 별도로 또는 합작으로 일을 꾸민다.
가장 단순한 경우는 한기업이 직접 다른 기업의 정보를 훔치는 것.
일례로 경쟁기업의 쓰레기통을 몰래 뒤지다 걸려든 케이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모는 한기업과 중개인, 대상기업의 내부동조자의 합작으로 이루어진다.
한기업이 중개인에게 어떤 기업의 어떤 종류의 정보입수를 의뢰하면 중개인은 대상기업의 적당한 인물을 점찍어 매수작업을 펼친다.
대체로 허영심이 많은 자가 유혹대상으로는 제격이다.
때로는 돈보다도 허영심을 부추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이들이 어떻게 서로 협조해 나가는지 실례를 들어보자.
일본미쓰비시플래스틱은 자체기술로는 해결불가능한 미세라니즈 코포레이션의 제조과정비결을 입수키위해 중개인을 고용했다. 그는 즉각 세라니즈사의 한 공장장에게 초점을 맞춰 정보의 가치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돈으로 그를 매수했다. 이 공장장은 각종 제조 연구정보가 당긴 마이크로필름을 건네주고 심지어 일단의 일본인들을 그의 공장으로 초청, 내부를 보여주였다.
이 사건은 결국 후에 탄로가 나 비밀을 빼낸 공장장은 4년형을, 중개인은 2만5천달러, 미쓰비시는 30만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졌지만 세라니즈사의 정보는 모두 빠져나간 후였다.
중개인들은 대체로 자신의 육감을 발휘, 적당한 대상을 점찍고 매수작업을 펼치지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밀을 빼내는 경우도 있다.
한 공학교수는 기업에서 일하면서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케해서 이를 미국내 기업이나 유럽각지에 팔아먹기도 했다.
이보다 더 악질적인 케이스는 보안전문가로 위장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빼내려는 자들이 있다고 겁을 준뒤 자신이 경비책임자로 들어가 이를 빼돌리는 방법.
도청장치 제거요청을 받고 들어가 새로운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방법도 쓰인다. 도청장치도 날로 교묘해져 사무실을 1백번 이잡듯 뒤져도 실제 발견되는 확률은 1∼2건에 불과하다는 것이 감식전문가들의 얘기다.
돈으로 바꿀수 있는 정보라면 무엇이든지 산업스파이의 대상이 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구미를 돋우는 것은 단기간에 큰 재미를 볼수 있는 주식거래.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때 주식의 인수조건 등을 알아내면 즉시 매수작업을 펼친다.
지난해 1월 뉴욕에서는 이같은 내부정보를 빼내 주식을 대량 매입, 1백20만달러의 수입을 잡은 자들이 걸려들기도 했다.
광물이나 원유의 탐사자료도 대표적인 인기품목. 워낙 큰돈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빼내기만 하면 한몫을 단단히 잡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미마그놀리아석유사의 한 제도사는 그 회사가 탐사하고 있는 지역의 상세한 지도를 제작할때마다 몰래 한 장씩을 더 복사해 외부에 팔아먹은 혐의로 기소된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비밀을 빼내기위해 대상기업에 입사하는 방법도 흔히 쓰인다.
산업스파이의 계략은 날로 고도화하는데도 비밀을 지키기위한 노력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게 보안전문가들의 탄식이다.
더우기 피해를 본 기업도 법정에 나가 시달리기보다는 쉽게 일을 마무리지으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본 피해가 실제로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은 피해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다. 산업스파이를 다스리기 위한 법에도 허점이 많고 담당경찰의 자질이나 장비는 이들에 훨씬 못미치는 실정이다. <유에스 뉴스&월드 리포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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