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 신고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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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토지거래 신고제를 연내로 앞당기기 위한 법개정 작업이 추진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기 시작한 부동산 과열이 곳곳에 투기적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토지정책에 대한 여러 각도의 재검토가 이루어져 왔고 이른바 토지의 공개념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제기되었다.
토지거래 신고제나 허가제의 도입은 이 같은 상황에서 구체화 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현행 국토이용관리법에도 신고·허가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어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달라진게 있다면 현행 규정이 다분히 예방적·경고적 의미를 띠고 있는데 비해 이번 개정안은 현실적 실천을 목표로한 점이다.
어느 쪽이든 토지거래의 신고나 허가제가 실현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토지정책 방향이 크게 바꾸어짐을 의미한다.
부동산 투기가 확산되면서 올 들어 정부가 제시한 각종의 규제 시책들은 그 성격상 이전부터 활용했거나 논의됐던 전통적인 수단들이었다.
가권입찰제 도입과 아파트 추첨제의 개정, 투기지역 고시와 특정 기준시가의 적용, 각종 부동산 세제의 변경 등이 잇달아 채택되었고 2·4분기에 이른 지금까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성질상 모두가 개별적이고 대증적인 수단들이다.
이에 비해 정부가 추진하는 토지거래 허가제나 신고제는 원인규제의 뜻이 있다. 따라서 토지투기에 관한한 신고·허가제는 아마도 가장 강력하고 본원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될 것이다. 반면 이 제도가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는 단순한 토지투기의 차원을 넘는다.
가장 기본적인 재산권으로서의 사적 토지소유와 그의 이용·개발과 연관된 공적 목표가 서로 엇갈리는 과정에서 해결돼야할 여러 문제들이 제기된다. 이른바 토지의 공개념이 언제 어떤 형태로 도입돼야하고 그 한계는 어디까지가 적정한 수준인지 먼저 결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의 구상으로는 우선 투기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과열지역에 국한하여 선택적 시범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지의 공적 성격을 현실적으로 부각시키는 과정은 이 같은 투기 억제수단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사회적 마찰을 줄이는 방식임에 비추어 이 제도는 선별적으로 신중하게 운용될 경우 그 정책효과는 매우 직접적이며 실효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제도의 도입과 관련해서 간과될 수 없는 점은 무엇보다도 토지의 공개념 적용이 투기억제 문제 이전에 정부의 확고한 토지정책 방향의 정립을 전제로 해야한다는 점이다.
국토가 협소한 외국의 일반적인 추세가 토지의 공적 활용을 확대하는 과정임에 비추어 우리의 경우도 장기적으로는 예외가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그것은 기존의 뿌리깊은 토지개념을 바꾸는 일이므로 재산권과의 조화를 염두에둔 신중하고 합리적인 기본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소유권과의 과도적인 마찰소지나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토지거래의 실명제 도입이 될 이 제도는 지적전산화나 지가일원화 작업과도 서로 연결되므로 제반 여건과 조화시키는 정책 운용의 묘도 함께 발휘돼야할 성질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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