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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인질 손쉬워 "다발"|세계 항공기 납치 극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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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초의 민간항공기 납치는 1930년 페루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후 50여 년간 발생한 항공기납치사건은 모두 4백여 건.
지상이나 해상의 납치와 달리 항공기납치는 많은 승객을 한꺼번에 인질로 할 수 있어 국제조직의 테러단이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
1930년 남미 페루에서 있은 최초의 민간 기 납치사건 이후 2차대전이 끝나고 47년부터 동구의 공산화에 반대, 서방측으로 자유를 찾아 탈출하는 수단으로 한때 붐을 이루었다.
그 뒤 62년까지는 미국에서「카스트로」정권을 지지하는 자들이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뜻으로 쿠바 행 납치 극이 성행했다.
쿠바 행은 생명에 지장이 별로 없는 가벼운 것이었으며,「카스트로」가 세계의 여론에 굴복, 납치범들을 푸대접하고 수도 아바나를 납치범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그러나 64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발족한 후 67년의 6일 전쟁으로 아랍권의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행위가 극렬해지면서 이른바「아랍형 납치 극」이 등장했다.「아랍형」의 특징은 대규모 살상을 일삼는 등 극렬 행위도 서슴지 않아 큰 희생이 뒤따르기 일쑤.
일본의 적군파나 북에 이레 공화군(IRA), 서독의 적군파(바더 마인호프조)와 PLO에서 파생한 수많은 테러집단들이「아랍」형의 주역들이다.

<목적>
하이재킹의 목적은 과거에는 주로 망명·테러·정치적 항의·범인석방 요구 등 이 고작이었다. 그러나「아랍형」이의에도 활동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을 겸하고 있다. 77년 9월 일본 적군파는 일본 항공기를 납치해 6백만 달러를 인질의 몸값으로 받아 낸 적도 있었다.

<성공케이스>
70년 9월초 뉴욕 행 항공기 4대가 동시에 납치 당했다. 첫 번째가 이스라엘항공사 소속 암스테르담 발 뉴욕 행 219번 기로 1백 58명이 타고 있었는데 납치범은 남녀 각 1명이었다. 이들은 수류탄과 권총을 들고 있었으나 기장이 기체를 급강하시키는 순간 보안관들이 덮쳐 범인 중 남자는 사망하고 여자는 생포해 런던에 비상착륙, 범인을 영국에 인도했다.
두 번째는 판 아메리칸 사의 1백 69명을 태운 암스테르담 발 뉴욕 행 93번 기로 괴한 7명에 납치되어 카이로에 도착했다.
세 번째는 1백 5l명을 태운 프랑크푸르트 발 뉴욕 행 트랜스월드항공사소속 741번 기로 괴한에 납치되어 요르단의 사막에 착륙했다. 네 번째는 스위스항공소속 취리히 발 뉴욕 행 100번 기로 1백 55명을 태운 채 납치되어 요르단의 수도 암만 부근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동시에 4건의 납치 극이 벌어지자「우·탄트」유엔사무총장·「닉슨」미국대통령 등 세계의 지도자들이 규탄에 나셨지만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은 모두 자신들이 행한「의거」라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중동평화에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데 대한 보복조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첫 번째로 이스라엘 기를 납치하려다 생포되어 영국에 억류된 여자납치범을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이 불응하자 이들은 영국국영항공의 1백 17명을 태운 VC10기를 또 요르단으로 납치했다. 그래도 요구가 들어지지 않자 이들은 납치한 스위스항공·트랜스월드항공·영국항공의 비행기를 한꺼번에 폭파해 버렸다.
결국 영국은 이들에게 굴복, 억류했던 여자납치범「칼레드」양을 비롯, 팔레스타인 게릴라 7명을 모두 범인들에게 인도함으로써 희대의 대형 납치 극은 3주일만에 게릴라들의 완전 승리로 끝났다.

<실패한 케이스>
76년 6월 28일 이스라엘인 1백 4명과 프랑스인등 2백 58명을 태운 에어프랑스사의 A300 에어버스가 팔레스타인 게릴라에 납치됐다. 납치범들도 이스라엘인을 제외한 인질은 모두 석방한 뒤 이스라엘 인질들을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 터미널건물에 억류시키고 동료게릴라 53명과 교환을 요구했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7명의 게릴라가 인질을 감시했고 우간다군인까지 가세, 80여명이 이들을 지키고 있었다.
납치범과 협상을 하는 체 하던 이스라엘은 7월 4일 밤 특공대를 투입, 인질구출작전을 벌여 인질 1백 1명을 구했고 3명이 희생됐다. 이것이 유명한 이스라엘의「엔테베 작전」이다. 이스라엘은 4대의 비행기를 동원, 3대를 착륙시켜 30분만에 1백 50명쯤의 특공대원으로 납치범인 게릴라 모두와 우간다 군을 사살해 완전한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이스라엘군 사망자는 단1명. 인질 중 희생된 3명은 납치범이 던진 수류탄에 의해서였다.
또 하나의 실패사례는 77년 10월 13일 서독·아랍혼성의 4인조가 서독 루프트한자소속 여객기 납치사건. 범인들은 승객 등 87명을 인질로 몸값과 동료게릴라의 석방을 요구했다.
서독은 4일만에 특공대를 투입, 단 5분만에 게릴라를 모두 살해하고 인질 86명 모두를 구출했다. 특공대의 피해는 부상 1명뿐.

<특공대>
이스라엘·서독등이 특공대로 납치범을 분쇄시키자 세계각국은 특공대 양성에 열을 올렸다. 현재 특공대를 갖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서독 이외에 미국·영국·프랑스·스위스·벨기에·덴마크·이탈리아·네덜란드·노르웨이·오스트리아등이며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 최근 영국의 식민지인 홍콩도 특공대를 양성하고 있다.

<방지책>
승객들에 대한 철저한 몸수색이 최선이나 승객들에게 불편함과 불쾌감을 주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경비가 많이 들어 어려움이 있다.
이스라엘만은 철저한 몸수색을 하고 있으며 특수 훈련된 무장보안관을 일반승객이나 승무원을 가장해 동승시킨다. 또 이스라엘은 모든 항공기의 화물적재함을 특수합금한 강철판으로 보강, 수류탄 1∼개쯤으로는 끄덕 없도록 했다. 이 강철판의 무게 때문에 그만큼 화물적재량이 줄어 수입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어쩔 수 없는 실정.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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