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무령왕릉 재현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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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5백년전 백제 왕조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첨단 기술을 통해 감상하세요."

백제의 대표적 유적인 무령왕릉(武寧王陵.송산리 7호 무덤.사적 제13호)을 재현한 전시관이 15일 일반인에 공개된다. 왕릉이 폐쇄된 지 6년만에 원형과 모습.크기가 똑같은 시설물이 선보이는 것이다.

원형 복원=문화재청과 공주시가 64억원을 들여 전문가들의 고증과 자문을 거친 뒤 인근 5, 6호 무덤과 함께 복원했다. 총 6천6백12㎡의 부지에 1천1백57㎡(지하 1층) 규모다.

전시관 안에는 우선 3개 무덤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무덤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덤 모형을 절반씩 잘라 유리관 속에 배치해 놓은 구조물을 통해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또 학생 등을 위한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왕릉에 대한 각종 정보검색도 가능하다. 영상.패널 등 최첨단 전시 연출시설도 설치돼 있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전체 관람시간은 30~40분, 3백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공주시 관계자는 "무령왕릉은 71년 발굴된 뒤 76년부터 일반인에 공개되다 벽에 습기가 차고, 전시관 유리에 이슬이 맺히는 등 훼손될 우려가 커 97년 말부터 영구 폐쇄한 뒤 관광객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공주시는 개관 기념으로 이달 말까지는 전시관을 관람객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6월부터 받는 입장료(개인 기준)는 ▶어른 1천원 ▶중.고교생 7백원 ▶초등생 5백원이고, 1회 주차료는 ▶대형 4천원 ▶승용차 2천원 ▶장애인용 및 경형 1천원이다. 개관(연중)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11~2월은 5시). 041-856-0331

발굴과 폐쇄=국내 고고학계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무령왕릉 발굴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71년 7월9일 김원룡(金元龍) 국립박물관장을 단장으로 한 발굴단이 일제 때 이미 발굴된 6호 무덤의 결로(結露ㆍ이슬맺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배수로 공사를 하던 중 인부의 삽날에 능 입구의 벽돌이 걸려든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발굴단은 유적 발굴작업을 이틀만에 서둘러 끝냄으로써 역사에 영원한 오점을 남겼다.

발굴단에 참가했던 조유전(趙由典.61)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구경꾼들이 몰려들면서 청동 숟가락이 밟혀 부러지는 등 아수라장이 되자 다급해진 발굴단이 철야 작업을 강행, 큰 유물만 대충 수습하고 나머지는 바닥에 엉킨 풀뿌리 째 자루에 쓸어 담아 나왔다"고 회고했다. 그런가 하면 공주 시민들이 발굴된 유물들을 서울로 옮겨가지 못하도록 시위를 하는 바람에 정부가 유물 보존을 위해 공주박물관 신축을 서두르기도 했다.

고 (故) 김원룡 박사는 86년 펴낸 자신의 수상집 '하루하루의 만남'에서 "여론에 밀려 이틀만에 무령왕릉을 발굴한 것은 내 생애 최대의 수치" 라고 회한한 바 있다.

무령왕릉=백제 25대 왕인 무령왕(재위 501~523년)과 왕비의 합장릉(合葬陵)으로 충남 공주시 금성동 송산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백제가 공주에 도읍을 정하고 있던 시대 왕들의 무덤이 밀집돼 있어 '송산리 고분군(古墳群)'으로 불린다.

학계에 따르면 이 곳에는 모두 10여 기(基)의 무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발굴된 것은 모두 7기. 가장 유명한 7호 무덤이 무령왕릉으로 삼국시대 왕릉 중 유일하게 주인이 밝혀졌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유물은 모두 1백8종, 2천9백6점으로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12점이나 된다. 대표적인 유물은 왕과 왕비의 금제 관식(冠飾.국보 154, 155호)을 비롯, 금제 귀걸이.금제 목걸이.청동거울.베개 등이다. 무령왕릉은 또 발굴을 계기로 당시 활발했던 백제-중국- 일본 교류사를 세상에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가 됐다. 현재 유물은 모두 인근 공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백제 24대 동성왕의 둘째 아들로 426년(개로왕 8년) 태어난 무령왕은 성이 '부여', 이름이 '사마.융', 시호가 무령이다. 무령왕은 당시로는 비교적 장수한 62세에 생을 마쳤다. '삼국사기' 중 '백제본기'에는 "키가 8척(1m80㎝) 장신으로 이목이 수려하고 인자해 민심이 잘 따랐다"고 기록돼 있다.

공주=최준호 기자

***무령왕릉 발굴.복원 일지

- 1971년 7월 7일:송산리 6호 고분 보수공사 중 발견

- 76년 2월 :현실(玄室) 복구.봉분(封墳) 설치, 일반 공개

- 89년 :현실 벽 습기, 차단 유리벽 이슬 맺힘 등 발견

- 96년 5월~ 97년 4월:보존 위한 정밀 재조사

- 97년 11월 10일 :영구 폐쇄 결정

- 97년 12월~ :문화재청과 공주시 64억원 들여 전시관 건립

- 2003년 5월 15일 :모형 전시관 일반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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