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에 관심 높아진 2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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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6일 하오 5시.
서울 삼성동317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2층 강당에는 20여명의 남녀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모였다.
『덩더꿍, 덩더꿍, 둥둥, 좋다.』
북과 징 소리가 요란하게 올렸다. 한쪽에선 피리소리가 낭랑하게 퍼지는 가운데 2마리의 사자탈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여학생은 승무를 흉내내고 남학생도 팔을 휘저으며 춤을 추었다.
중요무형문화재 15호인 주칠성씨(60)의 지도에 따라 전통문화에 관심이 큰 젊은이들이 북청사자놀음을 연습하는 모습이다.
이들 아마추어 강습생들이 연습을 하는 사이에 장충 체육관의 천하장사 씨름대회에서 시범공연을 가졌던 북청사자놀음 전수 장학생들 20여명이 돌아와 합류하자 강당 안은 원색의 물결을 이뤘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하오 2∼3시에 모여 2시간씩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팔을 휘젓는 모습이나 발 놀리는 법 등 부문별로 연습을 한 뒤 마지막으로 종합연습에 들어간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봉산탈춤, 판소리, 북청사자놀음, 남사당놀이 등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져 취미가 있는 젊은이들끼리 전수회관에 모여 이처럼 전통예술을 익히고 있다.
이곳에서 젊은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이외에도 가야금·거문고·서도소리·승무 등 대악회와 해서가면극 보존회· 꼭두각시놀음· 강녕탈춤 등이 있다.
각 회별로 요일을 정해 하오 2∼9시 사이에 20∼60명씩 모여 민속예술에 대한 강습을 받고 실기를 익히는데 3분의 2가 20대 젊은이들이다. 회비는 분야에 따라 월 5천 원을 내기도 하지만 대개 무료이고 때때로 특별 강습회를 무료로 개최한다.
지하 판소리 강습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50여명의 강습생들이 판소리 단가 「이 산 저 산」을 배우는 중이다.
강사 김동애씨(35·판소리 보존회 이사)가 춘향가 중에서 「사랑가」를 가르친 후 마지막으로 이 단가를 합창하는 중이다.
수강생은 남녀가 반반으로 3분의 2가 20대 대학생이나 직장인들. 판소리에 심취해 진지하고 열심히 배우고 있으며, 2시간의 강습시간이 모자라 좀더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수강생 강연숙씨(26·여·숭전대 도서관 근무)는 『학교 다닐 때부터 판소리를 너무 좋아해 3월 중순부터 다니게 됐다. 요즈음 국악 등 전통예술을 익히는 젊은 층이 굉장히 많아졌다. 판소리를 배우는 동안은 잡념을 잊고 스트레스도 풀리며 전통예술에 대한 이해도 깊어져 앞으로 계속 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민속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서울대·고려대·서강대·이대·경희대 등 8개 대학에 판소리 보존회·민요 연구회 등 각종 서클이 생겨났다.
이들 대학생들은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 모여 전통예술을 익힐 뿐 아니라 대학에 전문강사를 초빙, 실기롤 익히거나 강습을 받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는 오는 6월 8일 판소리보존연구회 조상현 이사장 등을 초빙, 학생들에게 판소리 특강을 가질 예정.
봉산탈춤연구회는 지난 1월 17일부터 2주간 봉산탈춤 특별강습회를 가졌는데 예상했던 인원 40명의 3배인 1백20여명이 참가, 3개 반으로 나눠 하루 3회씩 강습을 가졌다.
수강생 중 60%가 대학생 등 20대 젊은이들이어서 젊은 세대의 전통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보여주었다고 김기수 봉산탈춤보존회 이사장(49)은 말했다.
민속예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의 대부분은 취미가 있고 전통예술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자세의 아마추어 학생이고 그밖에 대학 민속반 관계 학생과 유학· 이민을 위해 배우려는 사람, 인간문화재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생으로 대별된다.
지난해 3월부터 북청사자놀음을 배우고 있는 이동현군(21· 한양대 공학계열1년)은『지난해 홍익공전에 다닐 때 우연히 탈춤반에서 민속놀이를 익힌 후 취미가 붙어 계속하고 있는데 우리 선조의 깊은 해학과 운율·흥을 알 것 같아 흐뭇하다』며 『학교 친구들 중 민속예술에 관심을 갖고 익히는 사람이 꽤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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