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007뺨치는 소 첩보공작|레프첸코 밝힌 일본속의 소 스파이 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에 망명한 전KGB (소련비밀경찰) 소령 「레프첸코」 는 23일 발매예정인 일본판 리더즈 다이제스트 5월호에서 주일소련대사관 10층 KGB동경주재부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벌어지는 소련의 스파이 활동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본사는 이 일본판 리더즈 다이제스트 원고본을 긴급 입수,『007』영화를 방불캐하는 소련첩보공작의 내막을 13일에 이어 요약 소개한다.
75년 「레프첸코」 가 노보에 프레이야 (신시대) 잡지 특파원을 가장, 동경주재부에 배치됐을 때 주재부장은 KGB내의 최연소소장인 42세의「디미트리·예로힌」 이었다.
당시 KGB동경주재부는 11층짜리 소련대사관건물의 10층, 11층을 쓰고 있었다.
동경주재부의 조직은 부장밑에 차장, 그리고 「라인X」 「비합법활동지원담당」 「라인KR」「보안담당」 「미국담당그룹」 「중공담당그룹」과 「레프첸코」가 소속된 「적극공작반」 등이 있었다.
「라인X」 는 산업스파이활동담당이고 「라인KR」는 일본공안경찰에 대한 첩보가 주 임무였다. 보안담당직원은 대사관직원과 방일하는 소련요인의 신변안전 및 망명사건의 사전방지등을 맡았다.
10층 차장방 맞은편에는 「재니트」 (천장의 뜻)라고 부르는 밀실이 있는데 전문기사 1명이 이방에서 일본의 방첩기관이나 공안경찰의 감시자가 발사하는 전파를 도청했다.
KGB요원이 정보제공자와 접선할때 일본측 통신에 이상이 발생하면 즉각 요원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무선호출장치에 신호를 보대 접촉을 중지시킨다.
11층에는 훔쳐낸 기밀서류등을 번역하는 번역실과 「단자감시실」 이 있다. 「전자감시실」에는 무전기, 마이크로웨이브수신기, 테이프레코더감지기, 탤리타이프, 그밖의 전자기기가 비치돼있어 이곳에서 미국의 우주위성이나 군사시설이 발하는 통신이나 전화도청, 녹음등올 한다.
KGB는 외국인이 KGB의 에이전트 (요원)이 되는 이유를 MICE(마이스)로 설명하고 실제 포섭공작에 활용하고 있다. 즉 돈 (MONEY) ,사상 (IDEOLOGY) , 타협 (COMPROMISE· 약점을 잡아 협박 절충하는 것) , 자존심(EGO) 을 이용한다는 얘기다.
돈과 사상이라는 그물에 걸려든 대표적 사례가「킹」이라는 암호명으로 KGB에 협력한 일본두회당의 모 유력의원.
전공산당원으로 생활이 넉넉지 못했던 「킹」 은 정치평론을 책으로 펴내 명성을 얻고 당내 지지세력을 강화하는 것이 꿈이었으나 돈이 없어 이를 실현시키지 못하고있었다.
「킹」 에 접근, 이같은 사정을 간파한 「레프첸코」 는 포섭 가능성을 타진한후 KGB본부에 실정을 보고, 출판비 1백만엔을「킹」 에게 전달, 영수증을 받는데 성공한다.
그 다음부터 「킹」 은 최면에 걸린듯 「레프첸코」 의 암시에 따라 행동했다. 「킹」을 통한 공작은 사회당내 중공세력의 팽창을 견제하고 소련측에 유리한 당방침을 유도하는 것.
75년12월「레프첸코」는 그의 아파트를 찾아가 다시 선거자금명목으로 3백만엔을 건네 주었다.
이날 「레프첸코」 는 「킹」 을「신뢰할 수 있는 인물』 로 동경추재부의 공식첩보요원으로 인정할 것을 모스크바에 요청, 승인을 받았다. 동시에 그는 포섭공작을 성공시킨 공로로 대위로 승진했다.
대통신사에 근무하는 「알레스」(암호명) 는 「레프첸코」 가 부임하기 전부터 에이전트로 활약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일본의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귀중한 기밀문서를 빼내 KGB로부터 「황금의 샘」 로 불렸다.
그러나 기밀이 누설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일본정보기관이 정보관계직원을 대폭 인사 이동시키는 바람에 친구가 지방으로 전근, 그의 활동도 부진해졌고 「례프첸코」 가 그를 맡았을때는 KGB와는 3년간 소원하게 지내는 입장이었다.
「레프첸코」 는 「알레스」 의 불신감을 해소하고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시키는데 힘을 기울여 수주일 후 다시 그를 활용하는데 성공했다.
「알레스」는 수개월간 몇천페이지에 달하는 일본정보기관의 기밀문서를 친구를 통해 「레프첸코」 에게 전달했다.
「레프첸코」 자신의 정체를 일본첩보기관이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기밀문서를 복사한 필름을 전달할때는 미리 정한 접선정소에서 물건을 받아 플래스틱제 특수상자에 넣고 되돌아가 사례금을 전달한 후 재빨리 헤어졌다. 2분이내에 모든 행동을 끝냈다.
플래스틱상자는 다이얼번호를 모르는 사람이 무리하게 열면 필름이 자동소각되는 장치로돼 있었다.
일본정보기관에 근무하는 「알래스」 의 친구는 술과 여자를 좋아해 「알레스」 와 늘 어울렸으나 처음에는 KGB에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후에「알레스」가 빼오는 서류의 성질로 보아 일본 정보기관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알레스」 를 추궁한 끝에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모스코바의 KGB는 이것이 일본정보기관의 역공작이 아닌가 의심하고 「레프첸코」 자신도 의심의 대상이 됐다.
「레프첸코」와 동경 주재부의 주장으로 「알레스」 의 친구도「슈바이크」 라는 암호명으로 KGB의 에이전트 리스트에 올랐으나「슈바이크」 에 대한 모스크바의 의심은「례프첸코」 를 망명으로 끌고가는 한 원인이 된다.
일본판 리더즈 다이제스트편집장 「시오다니」 (단곡굉)와의 대담에서「레프첸코」는 일본인에이전트들에게는 매윌 1인당 3만엔에서 36만엔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국민들이 KGB의 첩보모략공작이 어떻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하고 그 예로 「이시다」 (석전박영) 자민당의원이 76년의 미그15기 망명때 수상이나 각료· 국회의원등을 찾아다니며 미그15기를 즉각 소련에 들려줘야 한다고 설득하고 다닌 사실을 들었다.
또 일본 정보기관의 방첩망이 엉성하다고 꼬집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