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좁고 녹지 드문 「콘크리트 숲」공수표된 "전원도시 과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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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름다운 전원 (田園) 도시로 가꾸려던「과천신도시건설」이 이미 실패작으로 끝난「영동」의 전천을 되풀이해 밟고 있다. 신도시건설4년만인 11일현재 정부제2종합청사를 비롯, 주택과 각종 시설이 속속 들어서 입주자가 5만여명에 이르고 있으나 푸른 숲속에 건물이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숲속에 군데군데 나무 몇 그루씩을 옮겨다 놓은 삭막한 도시의 모습만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도심을 꿰뚫는 간선도로마저 너비가 30m밖에 안되는등 도로율(계획)이 19%에 불과, 시간당 3천여대의 각종 차량이 통행하는 간선도로는 벌써부터 수용한계를 육박하고 있다. 충분한 녹지공간도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들어선 주택들도 대부분이 서민아파트 들이어서 멀지않아 슬럼가로 전락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이같은 현상은 아담한 행정도시를 건설한다면서도 도시계획과 건설을 주택공사에 맡긴채 별도로 확보된 예산도 없이 공사비마저 주공에 떠맡겨 도시계획 자체부터 전원도시로서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도시계획>
신도시건설에는 반드시 문화시설과 기념관, 충분한 녹지공간과 시민오락시설등이 포함돼야하나 이런 점에서 거의 백지상태. 과천중심지에서 3km쯤 떨어진 청계산 밑에 짓는 남서울대공원 이외에는 시내중심지에 위락시설이 계획되어 있지 않다.
정부청사와 주택단지와의 거리도 가깝게는 2∼3백여m, 현재 준공된 청사와는 8백여m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균형을 잃었다.

<주택>
주택1만5천여가구 가운데 단독주택 (대지40평∼90평)은 고작 1천1백여가구 뿐이고 연립주택이 6백여가구, 나머지 1만3천여 가구는 아파트들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 가운데 1천여가구만 전용면적 25·7평 이상의 이른바 중형아파트 (전용면적 31평 및 37평) 이고 나머지는 최하7·5평∼25·7평짜리. 16∼18평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입주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무주택 서민이었다가 분양 받은 사람들로 서울에 직장을 갖고있어 아침이면 95%가 서울로 출근한다.
당초에는 모두 25·7평이하로 계획됐었으나 몇해 후면 슬럼화 할 것이라는 지적 때문에 계획을 바꿔 중형아파트를 1천여가구 세우기로 했으나 이제는 땅이 없어 더 지으려야 지을수가 없다.

<녹지>
2∼3단지와 7∼8단지쪽에 택지 조성전에 수목이 있었으나 모두 밀어내고 아파트를 앉힌 뒤 다시 가로수와 녹지대를 만들고 있으나 이미 당초의 전원맛은 없어졌다. 작년과 올해 높이 3∼4m짜리 나무를 지팡이 꽂듯 심어놨지만 도시전체가 황량하고 살벌하다.

<도로>
도로율도 서울의 15%보다 다소 높은 19%밖에 안되는데다 도심을 관통하는 중앙로의 노폭이 30m에 불과해 벌써부터 러시아워엔 일부 통행정체 현상까지 일고 있다. 이바람에 과천도 멀지않아 영동처럼 도로확장을 해야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서민도시」될 우려>
▲김원교수 (도시계획학박사·서울산업대)=과천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활력 없는「서민도시」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신도시건설에서 주택을 배정할 때는 고소득층·중산층 서민층을 골고루 입주시켜 도시의 활성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소형주택단지에 힘없는 도시가 될 수도 있다.
어느 도시든 그 도시를 상징하는 기념물이나 문화시설이 들어서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주거용지비율46%도 선진국의 50∼60%에 비해 미니멈 수준으로 적은 편이고 공원녹지비율23%도 적은 편이다. 또 녹지의 대부분이 숲이 아닌 어린이 놀이터라는데 문제가 있다. 도로율 19%도 선진국도시 22∼25%에 비하면 너무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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