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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IT몰 1번지 용산전자상가·테크노마트 'Young 디지털몰' 변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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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 9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 내 전자랜드 본관 4층-.

디지털 카메라에 쓸 플래시메모리를 사러 왔다는 문석민(20.대학생)군은 이곳에 있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디지털 체험관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용산 하면 좁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은 매장을 떠올렸던 그는 첨단 인테리어의 디지털체험관에서 무선인터넷 PC를 빌려 사용해본 뒤 용산을 달리 보게 됐다. 전자랜드는 건물 전체에 무선인터넷 시스템을 깔았다.

그는 "메모리만 사고 가려 했는데 정보통신 체험관이 있다고 해 들렀다"면서 "길도 혼잡하고 사람을 잡아끄는 상인 때문에 짜증나던 분위기와는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용산 전자랜드는 지난해 말 증축하면서 기존의 가전 양판점 이미지를 문화공간과 정보기술(IT) 제품이 결합한 복합 디지털쇼핑몰 이미지로 바꾸는 데 주력했다. 8개 극장을 갖춘 복합영화관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2 시연장 등이 속속 들어섰다.

하루 앞선 8일, 지하철 2호선 강변역 옆 테크노마트-. 굵은 빗방울이 매섭게 몰아치는 을씨년스러운 외부와는 달리 39층 건물 안은 쇼핑객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눈길을 끈 곳은 6층 정보통신 매장. 건물 한 층을 몽땅 휴대전화 전문매장으로 꾸몄다. 입주한 업체는 2백50개다.

테크노마트 양승원씨는 "테크노마트 하면 가전제품의 명소로 알려졌는데 앞으로는 정보통신의 메카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양대 전자단지인 용산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가 변하고 있다. 변화의 화두는 '젊음'(young)과 '디지털'(digital)이다.

변해야 산다=올 들어 두 전자단지는 젊은층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전자단지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자 새로운 시도를 하며 젊은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복합문화공간을 설치해 오락과 쇼핑을 함께 유도하는 전략이다.

전자랜드 기획실 김대경씨는 "양판점 위주의 고리타분한 마케팅 방식으로는 신규 수요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오락 문화공간과 IT쇼핑공간을 엮은 새로운 전자단지로 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도 덕에 이곳을 찾는 20대 고객 수는 하루 평균 1천5백명선.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었다. 변신작업은 전자랜드뿐 아니라 나진상가 등 용산전자단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두 전자단지 모두 그동안 가전제품 위주였던 매장들이 정보통신기기 매장으로 변신하는 것이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골프연습장.전문식당가 등을 갖춰 10~20대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테크노마트는 PC.휴대전화 등 IT제품을 강화하는 중이다.

테크노마트 7층에서 노트북PC 전문매장을 운영하는 모은정보통신의 이병환 과장은 "PC와 정보통신 매장이 각각 2백80여개로 늘어난 반면 가전매장은 수입가전매장을 포함해 3백여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용산의 경우도 전자랜드 4층을 이동통신 전문매장으로 전환, 89개의 휴대전화매장이 들어섰다. 선인상가.원효상가.터미널 전자상가에도 휴대전화 매장이 부쩍 늘었다.

테크노마트 박상후 부장은 "과거 40대 이상 부모세대가 갖고 있던 의사결정권이 요즘은 10~20대로 이전되면서 전자상가도 젊은세대들이 원하는 IT 위주 제품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가격경쟁력이 관건이다=용산 전자타운에서 PC조립 매장을 운영 중인 송일석 사장은 "용산의 장점은 아직도 가격이다. 값을 싸게 매겨 박리다매로 손님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의 속내를 드러내는 말이다.

현재 용산에서 펜티엄4급 조립PC의 가격은 사양별로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략 1백만원 선이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대기업의 동급 기종에 비해 10만원 정도 싸다. 테크노마트에서는 발품을 잘 팔면 휴대전화를 1만~10만원 정도 싸게 살 수 있다.

가전제품은 두 전자단지가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는 분야다. 29인치 브라운관 TV는 38만원, 평면TV는 63만원 선이면 구입할 수 있다. 혼수품으로 주요 가전제품을 일괄 구매하면 할인 혜택은 더 커진다.

그러나 과거 상인들이 독점했던 가격정보가 인터넷의 발달로 공개되면서 전자상가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 등에 올라있는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용산이나 테크노마트를 찾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트에 나오는 정보 때문에 두 전자상가의 상인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송일석 사장은 "매장을 찾는 고객 중 절반 이상이 먼저 가격을 인터넷 등으로 비교한 뒤 찾아온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본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하며 할인을 요구하는데 그값은 무자료 거래를 하는 곳의 가격이다. 그 가격을 맞춰주면 도저히 마진이 안나와 버틸 수 없다. 결국 무자료 거래라는 독버섯이 전자상가를 망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용산과 테크노마트의 상인들은 앞으로 부산.대구 등 지방의 전자상가 상인들과 함께 전국전자유통상협회를 결성, 무자료 거래 추방에 나설 계획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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