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대한·민국·만세야 삼둥이 대세 이을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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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세 쌍둥이 어동규·예규·람규(7·첫번째 사진) 형제가 3월부터 다닐 휘봉초등학교를 새해 첫날 찾았다. 쌍둥이지만 형은 형. 어릴 때부터 형이 제일 컸다. 두번째 사진은 형제의 세 살 때 모습.

아이들에겐 매년, 매일, 아니 매초가 특별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2008년생뿐 아니라 일부 2007년생이나 2009년생에게 2015년은 더욱 특별하다. 드디어 학교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7만8733명. 올해 서울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서울시교육청 추산)다. 한국 교육 현실을 비춰보면 초등학교 입학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이벤트일지도 모른다. 대학 입시라는 고달픈 긴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3월이면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봉초등학교에 나란히 입학하는 2008년 10월 22일생 삼란성 세 쌍둥이 어동규·예규·람규(7) 형제의 부모도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아이 하나를 학교에 보낼 때도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데, 동시에 세 아이를 학교에 보내니 신경쓰이는 게 오죽 많을까. 게다가 엄마는 아이들 옆에서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살뜰히 챙겨줄 수 있는 전업주부도 아닌 워킹맘이니.

엄마 장선주(39)씨는 2003년 결혼 후 만 4년 만에 임신했다. 시험관 아기로 얻은, 생각지도 못했던 세 쌍둥이였다. 늘어난 난임 탓에 많은 부부가 다둥이 확률이 높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으면서 국내 신생아 중 다둥이 비율은 해마다 느는 추세다. 2003년 2%에서 2013년엔 3.29%로 늘었다. 담당 의사는 산모 장씨 건강을 염려해 셋 중 하나는 포기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미 초음파 검사로 세 아이의 심장 소리를 다 들은 마당에 도저히 지울 수 없었다. 남들에겐 그저 숫자 3에서 1을 빼는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엄마에겐 내 피가 섞인 아이 하나를 포기하는 것과 똑같았으니 말이다.

임신중독으로 체온이 40도를 오르내리며 남들보다 6주가 짧은 34주 만에 힘들게 얻은 보석같은 아이들. 사랑스럽기는 했지만 솔직히 키우기가 쉽진 않았다. “장난감·연필·옷을 항상 3개씩 사는 것 물론이요, 색깔까지 똑같아야 해요. 벌써 초등학생이라니, 이제 아기에서 어린이가 되는 것 같아 뿌듯하기는 한데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지 솔직히 걱정되네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삼형제는 초등학생이 된다는 게 그저 좋기만 하단다. 삼둥이는 때론 상처를 받고 때론 벽에 부딪히기도 하겠지만 그걸 모두 이겨내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부모의 아픔까지 어루만지는 어른으로 자라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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