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들 '법외 노조' 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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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도 평택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여성 220여 명은 지난 6일 '민주 성 노동자 연대(민성노련)'란 명칭의 법외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성매매 업주 80여 명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노동법상 인정된 노조는 아니지만 성매매 여성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노조를 표방한 단체를 만들어 노동권 보호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성매매방지법까지 제정한 정부, 법제정을 주도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민성노련은 이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성매매 여성이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질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검토 결과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노조보다는 인권단체 성격을 띤 조직을 갖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성노련은 또 조합 전임자 배치, 하루 10시간 근무, 생리휴가 및 연월차휴가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업주들과 체결했다.

◆ "성매매 여성은 성 노동자"=민성노련는 23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시민사회단체인 사회진보연대.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 연구팀 등 5개 단체와 함께 '성매매 방지법 1년 평가와 성 노동자운동의 방향과 전망'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희영 민성노련 대표는 "(성매매 여성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갖고 주체화돼야 한다"며 "우리는 '일하는 자', 즉 '성 노동자'로 스스로를 규정했다"고 밝혔다.

민성노련은 이날 "성 노동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성 노동자의 요구와 성매매 현장의 구체적인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성매매방지법에서는 모색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성 노동자 조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사무총장은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이자 성폭력"이라며 "근로환경을 개선해도 무의미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여성단체연합은 21일 국제심포지엄에서 "유럽과 호주에서는 성매매를 합법화한 뒤 성산업만 번창했다"고 주장했다.

◆ 노조 결성과 단체협약 체결=8월 27일 출범한 민성노련은 6일 노조를 결성했다. 민성노련은 지난해 9월 성매매방지법 시행 직후 가두시위와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농성 등을 주도해 온 한터여성종사자연맹에서 분리된 단체다. 민성노련은 또 80여 명의 성매매 업주로 구성된 '민주 성 산업인 연대'(위원장 김삼석)와 28개 조항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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