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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승 커쇼, 3억 달러 스탠튼 … 야구선수는 26세에 꽃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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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지난해 1월 LA 다저스와 7년 총액 2억1500만 달러(약 2375억원)에 계약했다. 대박을 터뜨린 2014 시즌, 커쇼는 개인 최다승(21승)과 최저 평균자책점(1.77)을 기록하며 리그 MVP와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커쇼의 나이는 만 26세였다.

 미국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는 3일 ‘야구 선수들의 전성기(prime age)는 언제일까’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야구 통계기법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나이와 기량을 분석한 결과 26~28세가 야구 선수들의 최전성기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 매체의 분석에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in Above Replacement·WAR)라는 통계지표가 활용됐다. WAR은 대체선수(평범한 선수)에 비해 팀 승리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가를 보여준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낯선 개념이지만 MLB에서는 선수의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로 널리 사용된다.

 보스턴글로브는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 동안 MLB에서 뛴 모든 선수를 조사했다. 나이별로 WAR이 2.0을 넘는 선수의 비율을 분석했는데, WAR 2.0은 MLB 주전급 선수의 평균에 해당한다. 조사 결과 WAR 2.0 이상의 선수 비율이 가장 높은 나이는 26세였다. 투수와 타자 모두 26세가 최정점으로 나타났다.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속도는 투수와 타자가 조금 달랐다. 투수는 타자보다 일찍 기량을 꽃피우는 대신 WAR가 떨어지는 속도 역시 빨랐다. 타자는 26세 이후에도 30세까지 전성기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MLB 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26)은 지난해 말 마이애미와 13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3590억원)에 계약했다. 평균 연봉은 커쇼에 미치지 못하지만 계약기간이 긴 덕분에 MLB에서 총액 3억 달러를 돌파한 첫 선수가 됐다.

스탠튼의 계약 내용을 보면 마이애미의 계산도 읽을 수 있다. 마이애미는 첫 6년 동안 1억 700만달러(약 1181억원)를 준다. 스탠튼의 최전성기를 비교적 저렴한 연봉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스탠튼이 31세가 되는 2020년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주도록 했다. 그때 스탠튼이 잔여 계약(7년 총액 2억 1800만 달러) 이상을 따낼 수 있다면 시장에 나갈 것이다. 마이애미로서는 스탠튼이 전성기를 막 지난 31세에 이적한다 해도 큰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스포츠 선수의 전성기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한국의 야구경제학』을 쓴 서강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는 계량 분석을 통해 2011년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전성기를 추적했다. 그는 야구 선수의 경우 타자는 28세, 투수는 30.9세에 전성기를 맞는다고 분석했다.

 전성기 분석은 FA 등 대형 계약을 앞두고 선수의 미래가치를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정통파 투수와 기교파 투수, 홈런타자와 교타자 등 유형별로 전성기가 다르다. 이들의 연령과 기량의 변화를 추정한다면 더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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