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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내 브랜드 가치를 업그레이드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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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공고를 나와 엔지니어 겸 연구직으로 중소 전자업체에 근무했던 최병태(35)씨. 그는 학력 때문에 연구소에서 정식 연구원으로 등재되지 못하는 불이익을 겪었다. 대학을 졸업해야 연구원이 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진학의 필요성을 깨달았지만 직장에 다니며 대학을 다니기가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최씨는 안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는 사이버대학을 알게 됐다. 그래서 2001년 한국디지털대 디지털정보학과에 입학했다. 또 실용외국어학과에서 중국어를 복수 전공했다.

최씨는 6학기 만에 조기 졸업한 후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코스닥 등록기업인 ㈜아이레보의 비즈니스 플래닝 부문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씨는 "3년 동안 매일 새벽 3시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실용 지식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사이버 대학이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씨와 같이 자기 브랜드 값어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사이버대학은 더 나은 조건에서 전직이나 이직을 원하는 직장인에게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자기 계발의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사이버대학에선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 일반 대학과 똑같이 일정한 학점(140학점)을 이수하면 학사.전문학사 학위를 인정해 준다. 실제로 사이버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80% 정도가 20~30대 직장인이다.

현재 17개 사이버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2년제는 두 곳이고 나머지는 모두 4년제다. 사이버 대학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경희사이버대(경희대), 사이버외국어대(외국어대), 한양사이버대(한양대) 등 오프라인 대학이 개설한 사이버대학이다. 오프라인 수강도 가능하고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등록금은 약간 비싼 편이다. 또 하나는 열린사이버대(성균관대.인하대.중앙대 등), 한국디지털대(고려대.포천중문의대 등), 한국사이버대(광운대.연세대.홍익대 등) 등 여러 대학이 컨소시엄을 이뤄 만든 사이버대학이다. 마지막으로 서울디지털대, 서울사이버대 등 순수 온라인 기반의 사이버대학이다.

사이버대학에 입학할 때 수능 점수는 필요 없다. 고교를 졸업했거나 동등한 학력이 있는 사람이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내면 된다. 신.편입생 선발은 12월(1학기)과 7월(2학기)에 학교별로 이뤄진다. 등록금은 학점당 6만~8만원이다. 학기당 15~24학점을 수강할 수 있다. 18학점을 수강한다면 120만~140만원 수준이다.

사이버대학의 장점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로 강의를 듣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를 학생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업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만한 실무 위주의 교육을 한다. 특히 e-비즈니스.글로벌경영.회계학.자산관리학과 등이 직장인 사이버대 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부동산학과에도 지원자들이 몰린다. 게임.애니메이션.문예창작.엔터테인먼트 등 실용적 학과도 많이 개설됐다. 강사진도 실무 전문가 위주로 편성돼 살아있는 지식을 배울 수 있다. 사이버대 학생도 일반 대학생처럼 학자금 융자, 병역 연기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대학과 학점 교류도 가능하다.

◆ 이 점을 잘 살피자=일부 사이버대학은 재정이 안 좋아 콘텐트의 질이 떨어지기도 한다. 교수 확보율과 학생 재등록률 등을 참고하면 교육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 또 홈페이지에서 교육과정이나 커리큘럼이 잘 짜여 있는지 확인하고, 맛보기 강의를 들어 강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이 좋다.

전공을 선택할 때는 학과 이름만 보고 섣불리 지원해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강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맥 쌓기가 어려운 게 단점이다. 학과 게시판에 글이 자주 올라왔는지, 오리엔테이션이나 학술제 등 오프라인 모임이 활발한지도 따져보자. 서울사이버대학교 구국모 홍보팀장은 "자기 마음대로 강의를 듣는다고 나태해지기가 쉽다"면서 "채팅 토론이나 퀴즈 평가가 많고 과제물도 자주 내주기 때문에 부지런해야만 강의를 따라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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