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RB, 금리 또 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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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또다시 올렸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칠 경제적 여파보다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FRB는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연 3.50%에서 3.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FRB는 지난해 6월 이후 0.25%포인트씩 모두 열 한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셈이 됐다.

당초 월가에선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우려로 FRB의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출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돌았었다. 그러나 FRB는 "카트리나로 인한 문제가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위협은 아니다"면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FRB는 또 "고유가에 따른 높은 에너지 비용 등으로 인플레 압력이 커질 우려가 있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FRB의 이날 발표문에는 그동안 일관되게 사용해온 '신중한 속도로 (measured pace)'라는 표현을 유지했다. 이를 두고 월가에서는 "올해 두 번 남은 FRB 월례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namjh@joongang.co.kr>

[뉴스분석] 한은 금리인상 타이밍 놓쳤나

미 금리 높아 자금 이탈 걱정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의 금리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 격차가 0.5%포인트까지 벌어져 본격적인 자금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자금 이탈은 금리격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져야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당장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관측대로 미국이 내년 상반기 4.5%까지 인상하는데도 콜금리를 현행 3.25%로 묶어두면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시장에선 주요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2000년 이후 세 차례나 놓쳤다는 것이다. 우선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직후 0.5%포인트나 낮췄던 콜금리를 이듬해 다시 올려야 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사태가 진정된 다음인 2002년 5월 원상복귀하지 않고 0.25%포인트만 올린 게 저금리 기조의 발단이었다"고 털어놨다. 둘째, 미국이 정책금리를 줄기차게 올리는 와중이던 지난해 8월과 11월 금통위가 되레 콜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췄을 때다. 이미 충분히 낮았던 수준을 유지하기만 했어도 금리 조절의 여유가 많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셋째, 올 초 부동산시장이 후끈 달아올랐을 때도 금통위는 경기를 감안해야 한다며 콜금리 동결을 고수했다. 이후 '8.31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마당에 금리를 올리면 자칫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경기 회복의 불씨가 살아나는 것을 좀 더 지켜본 뒤 콜금리를 올리자는 주장(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원 등)도 나온다. 그러나 예금금리 인상이 확산되는 현 시장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는 데 한은의 고민이 있다.

김동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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