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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 때문에 집권 못했나"… 안철수 '도로 민주당'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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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일 당 대표 후보들의 당명(黨名) 개정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날 박지원 의원은 광주 무등산에 올라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하겠다”고 말했고, 문재인 의원도 “안철수 전 대표 측의 양해를 얻어 ‘새정치민주당’으로 바꾸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창당주주인 안 의원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참석차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한 안 의원은 멀리서 성명을 발표했다.

 안 의원은 성명에서 “지금은 당명보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경쟁할 때”라며 “당명 변경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새정치연합으로) 당명을 바꾼 것은 ‘낡은 정치를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 때문이었다”며 “당명 때문에 집권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이란 이름을 버린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다시 그 이름(민주당)으로 돌아가자고 하면 우리 당을 신뢰하겠는가”라고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주류는 현재의 친노(親盧) 그룹이고, 친노는 문 의원의 주요 지지기반이라 문 의원을 겨냥한 반박이란 해석도 나왔다.

 문 의원은 이날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선 “올해 민주당 창당 60주년(1955년 이승 만 대통령의 3선개헌 이후 창당한 민주당 기준)을 맞아 ‘새정치민주당’으로 했으면 한다. 안 전 대표 측과 협의하겠다”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나중에 안 의원의 성명 발표 소식을 듣곤 일절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박 의원도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대화를 통해 이 문제가 발전적으로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만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전 대표의 양해를 전제로 ‘새정치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면 어떨까 한다”며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도 당명 문제가 거론돼 당헌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당명 변경은 정당법상 박 의원의 주장대론 불가능하다. 지난해 3월 27일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으로 ‘민주당’이 사라지자 또 다른 ‘민주당’(대표 강신성)이 지난해 9월 원외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기존에 등록된 정당과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 당명은 ‘유사명칭’에 해당돼 사용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은 “불과 10개월 전 눈앞의 선거 이익을 위해 민주당명을 팽개치더니 이젠 당권 싸움을 위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가려는 건 최소한의 정치 도의도 무시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문 의원이 주장한 ‘새정치민주당’으론 당명 변경은 가능하지만 약칭은 ‘민주당’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지상·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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