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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 둘러싼 치열한 논쟁…대구교육청은 '무료관람' 논란

중앙일보

입력

영화 ‘국제시장’을 놓고 온라인 상에서 이념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대구광역시교육청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시장’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예산을 지원하기로 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제시장’은 산업화 시대를 거쳐온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역대 1월 1일 최대 관객수 기록을 갱신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영화 내용을 두고 ‘산업화 시대의 좋은 면만 부각시킨 신파’라는 비판과 ‘부모세대의 희생과 아픔을 잘 드러낸 영화’라는 찬사가 오갔고, 이런 논쟁은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그러면서 일부러 최고평점이나 최저평점으로 주는 ‘영화 평점 테러’와 욕설ㆍ비방도 뒤따랐다. 최근에는 영화를 본 정치인들과 평론가들의 소감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관객들 사이의 논쟁은 더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애국심을 강조하며 영화내용을 언급하면서 영화를 둘러싸고 진보ㆍ보수 성향 커뮤니티 간 논쟁에 불이 붙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에도 보니 부부싸움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경례를 하더라”며 “우리가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우리의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같은 날 영화를 관람하면서 정치적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보수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는 ‘국제시장’을 ‘애국영화’로 칭하며 찬양하고 나섰다. 반면 ‘오늘의 유머’와 같은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노년층의 ‘노력과 희생’만을 보여주고 ‘책임’을 슬쩍 빼버린, 산업화 시대의 과오는 감추고 성과만 부각한 불편한 영화”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의 영화 관람은 이런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은 2일부터 오는 7일까지 대구지역 124개 중학교 6000여명의 학생들에게 ‘국제시장’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다고 1일 밝혔다. 또한 1~2월 중 대구지역 전체 중학생을 대상으로 ‘국제시장’ 영화감삼문 대회까지 열기로 했다. 이를 두고 진보 성향 네티즌들은 “돈 없다는 교육청이 왜 상업영화를 억지로 관람시켜 준다는 건지 이해가 안간다. 이러니 정치영화 소리를 듣는 것 같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나 교육청 관계자는 “6ㆍ25전쟁부터 파독 광부ㆍ간호사, 월남 파병 등 우리 근대사의 중요한 내용들을 간접 체험할 수 있고,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추진한 것 같다”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영화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변호인’과 비교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변호인’ 역시 개봉 당시 진보ㆍ보수 네티즌들 간의 큰 논쟁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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