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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신년 축제, 가짜 달러 뿌리자 수천 명 뒤엉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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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 상하이에서 가짜 달러(작은 사진) 때문에 발생한 압사 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들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다. 번화가에서 발생한 이 사고 피해자 중 대다수가 20대 이하 젊은이다. [사진 중국 바이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신년맞이 행사에서 가짜 돈을 줍기 위해 인파가 몰리면서 36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25명은 여성으로 확인됐으며 사상자 대부분이 10~20대 학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상자가 13명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인 피해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상하이에서 예정됐던 공식 신년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1일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달 31일 밤 11시35분쯤 상하이 황푸(黃浦)구 옌안둥(延安東)의 유명 관광지인 와이탄(外灘)의 천이(陳毅)광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광장에는 새해를 맞기 위해 나온 수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황푸(黃浦)강 양쪽의 와이탄과 둥팡밍주(東方明珠)에서 불빛을 이용해 만든 숫자를 세면서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목격자들은 “갑자기 인근 건물에서 돈 같은 것이 뿌려졌고, 수천 명이 이를 줍기 위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로 뒤엉키고 땅에 쓰러졌다”고 말했다. 광장에 있는 계단을 오르려는 사람과 내려가려는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사상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현지 매체인 동방망(東方網)도 “와이탄 18호 건물에서 누군가 달러처럼 생긴 가짜 돈을 뿌리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렸고, 서로 먼저 줍겠다고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서 인파에 밀렸던 한 네티즌은 이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나도 모르게 휩쓸려 갔다. 주변에 있던 경찰들이 손을 잡고 보호막을 쳤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소용이 없었다”며 “일부 시민들이 ‘질서’를 외쳤지만 이 역시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상하이시 정부는 시 정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사고 사실을 알렸으나 구체적인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부상자 치료와 사고 원인 조사에 최선을 다하 라고 긴급 지시했다.

 ◆세계 곳곳에서 불꽃놀이 사고=1일 필리핀 마닐라 외곽에선 새해 맞이로 쏘아올린 폭죽이 인근 빈민가에 떨어져 불이 붙으면서 최소 3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부상했다. 판잣집 등 약 1000채의 가옥이 불 타 4000여명이 집을 잃었다. 폭죽으로 액운을 쫓는다고 믿는 필리핀에선 과격한 폭죽놀이로 매년 피해가 크다. 올해도 최소 17건의 관련 화재가 발생했다고 필리핀 당국은 밝혔다. 덴마크 북부 마리아에르 지역에서도 폭죽을 쏘아올리는 과정에서 불이 나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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