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경제를 움직이는 '귀하신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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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 탤런트 고현정(上)과 영화배우 배용준.

탤런트 고현정씨가 10억원대의 광고모델료를 받고 한 건설업체 광고에 출연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선 연간 모델료가 15억원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른바 '대외용 모델료'가 15억원선이라면 실제 계약금액은 10억원 정도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영조주택 최연수 본부장은 20일 "업계 최고의 모델료가 될 것"이라며 거액의 모델료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국내에서도 10억원대 광고모델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놓고 업계에선 "지금도 모델료가 비싼데 10억원대는 과하다" "실제로 10억원까지 받지는 못할 것"이라는 등 이론이 분분하다. 이는 대외용과 실제 모델료의 차이가 많은 데다 모델료의 투명성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 계약금액은 보통 대외용의 70~80%선이거나 심할 경우 절반 이하일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모델들이 자기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 흘리는 가격대라는 것이다. 현재 알려진 모델료 수준은 건설업체의 경우 배용준(경남기업).장동건(포스코).이영애(GS건설).김태희(남광토건).송혜교(우방) 등이 6억~7억원선이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얼마를 받는지, 어떤 이면계약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실제로 지급되는 모델료를 기준으로 5억원 이상을 받는 모델이 남녀 각 10여 명, 3억~4억원대가 남녀 각 30~4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7억원 이상을 받는 모델은 1~2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모델료에 관한 사항은 연예계 X파일보다 더 큰 비밀"이라며 "요즘은 스타 권력화라는 말이 있듯이 스타의 진짜 몸값을 발설하면 광고업계에 발을 붙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광고시장은 몇몇 스타(일명 빅 모델)들이 좌우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제작된 광고는 모두 2000편. 이중 65% 정도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것이었다. 일본을 제외한 미국 등 선진국은 광고에서 빅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5~10% 정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등급 기준은 없지만 배용준.고현정은 특별(스페셜)등급, 비.장동건.문근영.이효리 등은 '톱 중 톱'으로 나누는 등 업계에서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기준은 있다"고 밝혔다.

한 대형 광고기획사는 "연예인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제품군을 분석해 광고주에게 추천하지만 광고주들이 이와 상관없이 빅 모델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부 모델에게 광고가 몰린다"며 "이 때문에 이들 모델을 중심으로 모델료가 올라 전반적인 모델료 인상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김홍탁CP는 "빅 모델을 쓰면 실제로 매출이 확 올라가는 등 효과가 있다"며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도 단시간에 기업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빅 모델을 쓰려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지적된다. 최근 '이효리폰' '권상우폰' 등처럼 제품이 브랜드나 고유 이미지보다 모델의 이미지에 좌우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모델의 이미지가 추락할 경우 제품도 함께 추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제품의 메시지를 모델이 흡수해버려 제품이 장수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를 업계에선 '드라큘라 효과'라고 부른다. 업계의 비판도 거세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빅 모델 전략은 모델에게 묻어가는 것으로, 전략이 아니다"라며 "빅 모델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에 한국 광고의 창의성이 떨어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가 빅 모델 광고에 영향을 받고 ▶광고주들이 빅 모델을 선호하며 ▶한국의 엄격한 광고 심의제도가 창의적 표현을 제한하고 있어 빅 모델 전략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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