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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지방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후 디저트로 반드시 후로마즈(치즈)를 든다.19세기초의 유명한 요리전문가「브리야·사바랭」이『치즈를 곁들이지 않은 디저트는 애꾸눈의 미녀와 같다』고 했을 만큼 프랑스인의 후식에서 치즈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레스토랑에서는 식사가 끝날 때쯤 가르송(종업원)이 커다란 쟁반에 갖가지 치즈 덩어리를 수북히 담아내온다.
프랑스는 미국다음의 치즈생산국으로 그 종류만도 3백50가지. 특히 북부 노르망디지방의 카망베르와 남부의 로크포르가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다.
식당에서는 흔히 대표적인 10여종의 치즈를 내놓게 마련인데 처음 대하는 사람의 경우 어느것에나 선뜻 손이 가지지 않는다. 역한 냄새 때문이다.
기자의 입에는 카망베르가 맞아 언제나 이것을 드는데 이 때문에 가끔 종업원의 불만을 산다. 마침 종업원이 남부사람일 때 더 그렇다. 종업원이 제고장의 치즈를 열심히 자랑하고 권하는데도 이를 마다하는 까닭이다.
반대로 노르망디출신 종업원은 손님이 카망베르를 찾으면 무척 반가와 한다. 거기다 치즈의 진미를 아는 사람이라는 칭찬까지 잊지 않는다.
프랑스 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애착은 남다른데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극도의 지방색을 낳은 일도 있다.
치즈얘기를 꺼낸 것도 그들의 지방색을 말하고자 한데 있다. 프랑스의 인기스포츠인 축구만해도 그렇다. 지방마다 팀이 있어 해마다 정기전을 벌일 때면 선수나 응원단이 모두 필사적이다. 심판과 선수, 선수와 선수사이에 욕설과 손찌검이 오가는 난장판이 벌어지는 일도 많다.
대도시간의 지방색은 특히 더하다. 그 가운데서도 북부의 파리, 남쪽끝의 마르세유와 그중간의 리용이 심하다.
파리사람들이 보는 리용사람들은「돈과 먹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상권이 세고 요리가 발달한 때문이다.
항구도시 마르세유사람들은「동생은 도둑이고 형은 동생을 잡으러 다니는 경찰관 가정」에 비유되기도 한다. 뒤죽박죽이고 다소 거칠다는 뜻이다.
리옹이나 마르세유사람들은「쥐뿔도 없으면서 권세나 쥐고앉아 거드름 피우는 못난이」라고 파리사람들을 흉본다.
당초부터 프랑스인종이란게 따로 없었던터라 프랑스는 과장해서 말하면, 치즈가지수만큼이나 잡다한 복합민족으로 이뤄져있다. 때문에 지방마다 전통과 관습, 요리나 의상이 제각각이다.
두드러진 지방색은 지방마다 특색이 있다는 말로도 된다. 프랑스 어딜 가거나 구경거리가 많은 것도 이같은 지방색 때문이 아닌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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