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정부서 외교정책 결정할 때 동포 기업인 입장도 고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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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인도네시아에서 굴지의 기업으로 꼽히는 코린도 그룹 승은호(63.사진) 회장은 14일 "정부가 외교정책을 세울 때 현지 동포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신중히 고려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13~15일 경기도 일산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린 제4차 세계한상대회에 참석한 그는 "동포 기업인들이 한국 정부의 정책에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종종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승 회장은 요즘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1999년 국민의 정부가 동티모르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결정한 것을 예로 들었다. 당시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하겠다는 측과 반대파 간의 대립으로 내전 위기에 몰렸다.

한국을 비롯해 몇몇 나라에서 평화유지군을 보내겠다고 했으나 인도네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충돌하는 바람에 자칫하면 동포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인도네시아가 평화유지군을 받아들여 교포 기업인들은 한시름을 놓았다.

승 회장은 "당시 일부 기업들은 사업을 접어야 할까봐 전전긍긍했다"며 "국제적인 명분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이런 결정을 할 때 현지 교민의 사정도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코린도 그룹은 최근 대규모 조림사업에 나서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15만 헥타르 부지(제주도 면적과 비슷)를 확보해 야자수를 심고 있다. 화장품 원료인 야자 기름을 생산하고 장기적으로는 야자 기름에서 미래 청정연료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 디젤'까지 만들기 위해서다.또 이를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권 사업도 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야자수 숲이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없애주는지 UN에게 공인을 받아 그 만큼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파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교토의정서는 이 같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친척.친지들과 추석을 보낸 뒤 10월초 사업 논의 차 일본에 갈 예정이다. 아시아 곳곳을 뛰어다니며 사업 활동을 하고 있는 승 회장은 "언젠가는 고국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승 회장은 동화기업 승상배 창업주의 장남이다. 1985년부터 코린도 그룹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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