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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인성교육 의무화 … 정부·지자체서 예산 집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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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의 단초가 된 본지 ‘휴마트(HUMART)’ 기사(2013년 1월 1일자 4면).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

 29일 국회에서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의 제1조(목적)에 명시된 말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목표는 물질적 성장에 걸맞은 정신과 가치의 성숙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들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선진 국가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세월호 참사로 우리는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이 붕괴된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법 제정을 통해 책임 있는 주인의식과 타인을 존중·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가치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출석 의원 199명의 만장일치로 인성교육진흥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5월 역대 최다 규모인 102명의 여야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세계 최초의 법이다. 국회 이민경 부대변인은 “미국·독일 등의 연방법에 인성교육 관련 조항이 있긴 하지만 독립된 법으로 인성교육을 명시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이 개최한 캠프에서 학생들이 부모의 발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 인성포럼]

 법이 시행되는 내년 7월부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에 인성교육 의무가 부여된다. 그동안 윤리 교과 등을 통해 형식적으로 인성교육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정부와 지자체가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인성교육위원회를 설립해 5년마다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세운다. 위원회는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차관과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20명 이내로 위원장(장관급)은 민간에서 맡는다.

 종합계획에 따라 17개 시·도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은 개별 기본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전국 1만2000여 개 초·중·고교는 매년 초 인성교육 계획을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인성에 바탕을 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교사는 인성교육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사범대·교대 등 교원 양성기관은 인성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이 만든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인증해 학교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가 양성 등을 외부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교육부는 법 제정과 함께 다른 모든 교육정책의 근간을 인성교육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꿈과 끼를 살려주는 행복 교육이 곧 인성교육”이라며 “자유학기제 등 기존의 교육 정책 속에 인성교육이 녹아들어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부총리는 특히 “법 제정을 통해 인성교육을 위한 재정 확보 근거가 명확해졌다”며 “교육정책의 근간인 인성교육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인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지만 재정적 뒷받침이 부족해 입시·성적 위주의 학교 풍토에서 실효성을 갖지 못했다. 인성교육이 구체적인 실천운동으로 전환된 계기 중 하나는 중앙일보가 지난해부터 사회적 어젠다로 추진해온 ‘휴마트(Humart) 인성교육’ 캠페인이었다. ‘인간성(humanity)이 가미된 스마트(smart)’란 뜻으로 압축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잊고 살았던 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이 목표였다. 국회와 교육부·여가부 등과 손잡고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 제정과 ‘휴마트 인성스쿨’ 개교, ‘국회의장배 인성 스피치·토론대회’ 개최 등 인성교육 확산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날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은 지난해 2월 정 의장이 조직한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이 주도해 만들어졌다. 여야 의원 50여 명으로 구성된 인성 포럼은 10여 차례 공청회·세미나·간담회 등을 통해 여론수렴과 구체적 법안 검토 작업을 거쳤다. 정 의장에 이어 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파행 중일 때도 포럼 소속 의원들은 인성교육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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