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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1700배 뛴 이근호 "아시안컵서 골로 보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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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카타르리그 엘 자이시에서 활약 중인 이근호. 아시안컵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엘 자이시 페이스북]

2014년 한국 축구는 이근호(29·엘 자이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6월 브라질 월드컵에서 ‘인생 역전 골’을 터뜨렸던 이근호는 2015년 첫 국제 대회인 아시안컵에서 또 한번의 드라마를 쓸 기세다.

 29일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교 운동장에서 훈련 중이던 이근호는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2007년 이후 8년 만에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당시 대표팀 막내급이었던 이근호는 이제 팀에서 차두리(36·서울)·곽태휘(33·알 힐랄)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 됐다.

 현역 육군 병장(상무) 신분으로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했던 이근호는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23분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당시 육군 병장 월급 14만9000원을 받던 이근호는 시장 가치 2000만 유로(약 280억원)로 평가받던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28·CSKA모스크바)를 뚫고 시원한 골을 성공시켜 화제가 됐다.

 이 골은 이근호의 인생을 바꿨다. 지난 9월 16일 전역한 이근호는 곧바로 카타르 엘 자이시와 3년 계약을 했다. 군인 신분으로 약 18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이근호는 단번에 몸값이 1700배 뛰어 연봉 300만달러(약 30억6000만원·당시 환율 기준)의 사나이가 됐다.

 연봉이 크게 올랐지만 이근호는 그만큼 더 성숙해졌다. 카타르에서 쉬는 날에도 함께 활약 중인 조영철(25·카타르SC)·남태희(23·레퀴야) 등과 개인 훈련을 하며 몸 관리를 했다.

이근호는 “2014년에 좋은 일이 많았지만 이제 다 지나간 일이다. 좋은 기억을 떠올리면 오히려 더 나태해질 수 있다. 대표팀이나 리그에서 나보다 어린 선수들도 많아져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아시안컵에서 이근호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근호는 아시안컵 대표팀 23명 가운데 가장 많은 A매치 골(70경기 19골)을 넣은 선수다. 특히 19골 중에 11골은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팀을 상대로 넣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중동 팀(오만·쿠웨이트)과 상대해야 하는 대표팀으로선 이근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근호는 카타르 리그에서 12경기에 나와 2골 3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카타르에서 뛰면서 중동 축구에 많이 적응했다. 개인 기술이나 신체 조건은 좋지만 조직적인 면에선 체계적이지 못하다. 그 점을 공략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국(전북)·박주영(알 샤밥)·김신욱(울산) 등 주요 공격수들이 빠진 만큼 이근호의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이근호는 “8년 만에 아시안컵에 참가한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다. 골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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