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의 배틀배틀] 목숨 같은 마우스·키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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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장의 전사처럼 프로게이머에게도 무기가 있다. 바로 마우스와 키보드다. 마우스와 키보드는 종종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프로게이머는 화가다=프로게이머는 종종 화가에 비유된다. 마우스의 섬세한 드래그 능력과 부드럽고 빠른 키보드 터치 때문이다. 프로의 모니터를 캔버스로, 마우스를 붓으로, 키보드를 물감으로 비유하면 맞을까. 붓과 물감이 적당하지 못하면 훌륭한 그림을 완성하기 힘들다. 프로게이머 역시 마찬가지다. 마우스와 키보드가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면 명경기는커녕, 연습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그만큼 자신에게 맞는 장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선호 마우스의 변화=초창기 프로게이머들은 대다수 볼마우스를 사용했다. 그때까지는 볼마우스가 훨씬 제어도 잘될 뿐더러 시대의 명작으로 남은 훌륭한 마우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광마우스가 나와 있었지만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대다수의 프로게이머가 다양한 광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광마우스의 정확성과 생김새가 프로게이머들에게 큰 점수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 e-스포츠 관련 잡지에서 조사한 '프로게이머들이 선호하는 마우스, 키보드 앙케트'에서 압도적으로 광마우스의 비율이 높은 것도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광마우스를 많이 쓰는 이유 중 하나는 관리가 쉽다는 점이다. 볼마우스는 마우스 청소를 주기적으로 해줘야 하는 반면 광마우스는 그런 관리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마우스가 나와서 프로게이머들을 만족시켜줄지 기대된다.

#변하지 않는 키보드=예나 지금이나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선호하는 키보드는 한 가지다. 물론 자신에게 맞는 키보드를 사용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 A사의 키보드를 사용한다. 터치감과 프로게이밍에 적합한 안정성이 돋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의 무기=난 마우스나 키보드를 최대한 내게 맞게 개조한다. 키보드는 테란을 운용하는 데 불필요한 키는 다 제거해서 쓰고 마우스는 감도와 터치감에 초점을 두고 이것저것 분해 조립해서 사용하는 편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이런 점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에 스스로 개조해 보고 사용해 보고 최종적으로 내 무기를 결정한다. 게다가 마우스 패드까지도 주문제작을 할 정도로 내 무기의 가용성에 특히 민감하다. 내 수족과 같은 장비이기 때문에 동료조차 내 장비를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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