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 투기"에"고육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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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파트 투기가 워낙 극성을 부리자 아파트 분양의「공개 경쟁 입찰제」라는 묘한 처방까지 나왔다. 엄청나게 오르는 프리미엄을 잡기 위해선 값의 현실화가 가장 근본적인데 그것을 바로 할 수 없으니 공개입찰이라는 중간 단계를 택한 것이다. 원래 물건을 팔매 쓰는 공개경쟁 입찰이란 파는 사람이 최고가를 받기 위한 방식이다.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팔때 공매에 붙인다. 서울시나 각도에서 체비지를 매각할 때도 공개 경쟁입찰을 한다. 토개공이나 성업공사가 땅을 팔 때는 물론, 주식시장에서도 역시 공매 제도를 택한다. 가장 비싸게 팔기 위해서다.
저금까지 정부는 집 값이 많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행정지도 가격이라는 것을 만들어 국민주택 규모 이하는 평당 l백5만원, 초과분은 평당 1백35만원으로 억제해왔다. 사실상 가격 통제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격은 평당2백만원에 이르러 분양가와 실제 거래 가격과의 차이가 프리미엄이 되었고 부동산투기와 더불어 그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이를 막기 위해 양도세 중과·복부인 단속·통장 전매추적 등 대응조치를 써왔으나 근본적으로 벌어진 가격격차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더욱 복부인이 횡행하고 돈이 많이 풀리면서 더 심해졌다.
작년 11월부터 아파트 분양 가격 자율화가 거론되었다. 차라리 분양가격을 올려 프리미엄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없애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과적으로 주택가격을 올릴 우려가 있어 선뜻 단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투기가 워낙 심해 다른 방법이 없자 입찰제가 동원된 것이다. 궁여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집 값이 다소 오르겠지만 프리미엄이 극성을 부려 사회에 끼치는 해악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입찰제의 실시까지는 아직 많은 절차와 시간, 또 보완방안이 필요하다.
다만 대상지역은 우선 서울의 투기과열지역에 한해 시험적으로 해본다는 것으로 개포·압구정·가락·고덕동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매에 응찰할 수 있는 자격은 현재로서는 확정되지 않은채 될 수 있으면 모든 사람에게 개방한다는 방침이나 여기에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즉 기존 순위제에 따라 0순위, 1순위자에게 제한적으로 응찰권을 주어야한다는 주장인데 이에 대한 새부 방침은 곧 정할 것이다.
국민주택 채권을 사는 것도 수요자에게 사게 할지 주택건설 업체에 사게 할 지 아직 미정이나 업체로 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또 국민주택 채권은 채권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싼 이자에 상환기간도 길게 잡는다는 방침인데 20년 거치 일시상환에 이자는 연5%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실시시기와 응찰가격이 같을 때 어떻게 하느냐하는 문제와 입찰보증금·대금지불방법 등은 미정. 그러나 이 제도를 실시하려면 주택건설 촉진법 시행령을 바꿔야 하므로 바짝 서둘러도 한달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쟁 입찰제 채택을 둘러싸고 기획원과 건설부가 한바탕 열전을 벌였다. 15일 일린 실무대책회의에서 기획원이 이 안을 내놓고 건설부의 동의를 구했다. 기획원은 가격 현실화이의에 투기 근절의 표방이었고 공정거래와 경제자율화의 정신에도 합당하다는 이론이었다.
이에 대해 건설부는 저물가 정책을 쓰고 있는 정부가 아파트를 공보입찰로 비싸게 파는 것은 앞뒤가 안 맞고 또 실제 기존 아파트 값이 오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아뭏든 이 제도를 시행하면 각 회사는 동·호별로 하나하나 입찰에 붙인다. 이에 따라 층별·방향별 로열박스냐, 비인기 위치냐에 의해 각각 가격이 달라진다. 현재로서 최고 가격이 얼마가 될지 점칠 수는 없으나 평당 2백만∼2백50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프리미엄 해소와 임대주택 건설 재원 마련엔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문제점은 집값을 올린다는 점이다. 분양가를 실세화하면 당분간은 거래가를 올려 전반적으로 부동산 값을 올릴 것이다. 이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입찰제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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