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4대악' 중간 발표…태권도 신고건수 보니 '깜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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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체육계 비리에 대한 ‘스포츠 4대악’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쉬쉬했던 체육계 비리의 실체가 민낯을 드러냈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269건이 접수됐고, 118건이 조사 종결된 것으로 밝혀졌다. 118건 중에는 검찰에 송치한 건과 수사 의뢰한 건은 2건씩이고, 감사결과에 따라 처분을 요구한 게 25건, 나머지 89건은 단순 종결됐다.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중 종목별로는 태권도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축구(25건), 야구(2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논란이 된 승마 관련 제보도 10건이나 됐다.

유형별로는 조직 사유화 113건, 횡령 등 기타 104건,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32건, 폭력·성폭력 15건, 입시비리 5건 등이 드러났다.

문체부는 1만여 건의 금융 계좌 추적과 40만 건이 넘는 거래 내역을 분석했고, 전지훈련지에서의 훈련비 횡령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해외 현지 조사도 벌였다고 강조했다. 36억원 규모의 횡령·불법적 자금세탁을 적발한 문체부는 중간조사 결과에 대체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발표 시기가 석연치 않았다. 이날 브리핑을 주재한 김종(53) 문체부 제2차관은 이달 초 문체부와 산하 단체 인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았다. 우상일 체육정책관은 지난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김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가야’ 메모를 건네 논란이 커졌다.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일자 문체부는 지난해 5월 전방위적인 승마협회 감사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해 9월 조사를 맡았던 문체부 체육국장 등이 좌천되는 일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는 일요일을 택해 기습적으로 브리핑을 했다. 당초 문체부는 지난 10월 말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이유없이 취소한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연내 발표를 하려고 했지만, 연말이라 행사 등 일정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일요일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체부가 올해 가장 공을 들인 사업은 체육계 비리 척결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해명이었다.

김종 차관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배포한 자료에도 논란이 됐던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었다. 김 차관은 승마협회에 관한 질문에는 “현재 조사 중이다. 지금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체육계 비리 조사 ‘스포츠 4대악’ 신고는 지난해 5월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가 심판 편파 판정에 항의해 목숨을 끊은 사건이 시발점이 됐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문체부가 지난해 8월 ‘스포츠비전 2018’에 체육단체 감사계획을 포함시키며 구체화됐다.

문체부는 올 초 반드시 없어져야 할 ‘스포츠 4대악(惡)’으로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성)폭력’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를 꼽았다. 이를 척결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신설하고 포상금을 걸어 제보를 접수했다. 제보 건수가 많아지고, 심각성이 드러나자 5월에는 경찰청과 손잡고 합동수사반을 운영해왔다.

회계 장부를 조작해 13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대한택견연맹 회장은 이달 초 구속됐다. 또 부산 모 대학팀 유도 감독 A씨가 아들의 대학 특례입학을 위해 전방위로 승부조작을 시도한 사실을 적발했다. 해당 감독은 검찰에 송치됐다. 모 경기단체 사무국장 B씨는 5년간 각종 대회의 개최 비용을 부풀려 계상해 약 1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

7개월이 지났지만 성과도 크지 않아 보인다. 김 차관은 “적발이 주목적이 아니라 비리 유형 파악과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은 “제보를 제대로 조사하기에는 수사 인력이 6명으로 부족했다. 경찰청 내 전담수사반을 만들어 상시적인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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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4대악’.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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