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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돼서 또 오니 더 기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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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립묘지로 직행>
「슐츠」미국부장관 일행이 탄 보잉707 특별기가 북경을 떠나 상해상공을 거쳐 중공관제정보구역에서 바로 한국관제정보구역으로 들어와 김포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시간보다 5분 빠른 6일 하오 2시20분.
정확하게 5분 후 공항국내선 램프에 특별기가 멈췄다. 「슐츠」장관은 트랩을 내려와 이범석 외무장관부처·김윤호 합참의장 「세네월드」 주한 미8군사령관 등 한미 환영객 30여명과 서로 인사를 교환.
강풍이 이따금 불었지만 비교적 청명한 영상의 날씨였던 이날 공항 환영식은 5분여의 상호 인사로만 대신하고 「슐츠」장관과 이 장관이 외빈 111호차에 나란히 타고 바로 국립묘지로 직행에 참배, 헌화했다.
공항에서 미측 경호원들의 제지로 사진기자들은 제대로 취재를 못했다고 불평이었고, 국립묘지로 가는 동안에도 미측 경호원들은 다른 차량의 접근을 손을 내밀며 제지했다.
「슐츠」장관의 국립묘지참배에는 이례적으로 이 장관이 동행하게 됐는데 이는「슐츠」장관이 바로 숙소인 조선호텔로 가지 않고 국립묘지를 먼저 참배했기 때문.

<자리 바꿔 앉는 촌극>
이범석 외무장관은 한미외상회담이 열리기 5분전인 6일 하오 5시 정각에 중앙청 현관으로 내려가 「슐츠」장관 일행을 맞았다.
하오 5시5분 이 장관은 「슐츠」장관과 장관직무실에서 우리측의 유병지 주미대사와 박건우 미주국장, 미측의 「워커」한미대사와 「램버트슨」국무성 한국과장만을 배석시킨 가운데 약 20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이 장관과 「슐츠」장관은 요담을 마친 후 장관 직무실 옆의 외무부 회의실에서 확대회담을 가졌는데 「슐츠」장관은 배석자들과 인사 후 착석 때 이 장관 석에 잘못 앉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에 노영찬 의전장이 「슐츠」장관을 다시 안내하려 하자 「슐츠」장관은 『한미 양국은 맹방사이인데 자리를 바꿔 앉는게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며 그대로 착석.
이 장관도 별문제가 없으니 그렇게 하자고 해서 양국 외상은 기묘하게도 상대방 배석자를 좌우에 거느리는 진풍경을 연출해 폭소가 만발.
미측 한 배석자가 이 장관에게 『장관께서는 배석자들이 건네주는 자료를 못 볼게 아니냐』 고 농담을 건네자 이 장관은 미측 배석자들에게 『내 허락 없이는 말하지 말라』고 일갈(?)해 한바탕 웃음.
이 장관은 『한미수교 제2세기의 초입에 「슐츠」장관이 방한한 것은 매우 의의가 깊다.「레이건 미대통령의 취임 후 자유세계 우방간의 결속에 미역할이 증대된 것을 경하한다』고 인사말.
「슐츠」장관은 『한미관계가 「레이건」행정부 출범이후 군사·경제·경협 등 모든 면에서 공고해진 것을 진심으로 기뻐한다』고 답사.
「슐츠」장관은 자신이 벡텔회사 회장으로 81년 2월초 방한했는데 이번에는 국무장관으로 방문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토로.
이날 외상회담에 앞서 장관실 문 앞에 미측 경호인들은 출입자들을 세밀히 관찰했고, 무비카메라도 일일이 검색.

<만찬에 60여명 참석>
한미외상회담에 이어 이날 밤 한남동 외무장관공관에서 이 장관이 「슐츠」장관을 위해 베푼 만찬은 한미외무관계자·정치인·경제인 등 60여명이 참석하는 등 대성황.
「슐츠」장관은 저녁 7시40분 현관에 도착, 방명록에서 명한 뒤 리셉션장을 돌며 참석자와 일일이 악수를 교환. 이날 리셉션과 만찬은 최근 공관수리를 마친 뒤 첫 공식행사여서 결국 「슐츠」공간을 위해 수리한 게 아니냐는 주위의 조크.

<만찬사에 조크 던져>
만찬에서 이 장관은 『수년 전 미국 친구들이 한국에는 김씨가 6백만명, 이씨가 5백만명이나 살고 있음을 지적. 내 이름을 미스터이라고 하지 말고 미스터 범이라고 하라고 해 그렇게 해왔는데 영어로 BEUM(게으름뱅이)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하느냐는 친구의 지적을 받고 다시 미스터 이로 바꾸었다』고 조크.
「슐츠」장관은 만찬 답사에서 『이 장관의 만찬사 중 한국이 일·중·소 3면으로 둘러싸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 나의 고향 인디애나주는 내륙에 위치해 4면초가』라면서 『3면초가와 4면초가 끼리 동맹관계를 굳게 다지자』고 농담을 던져 좌중이 웃음.
이종찬 민정, 임종기 민한, 이동진 국민당총무 등 3당 총무들은 일요일이지만 미국무장관을 위한 만찬이라 특별히 여야총무들이 모두 참석했다고 하자 「슐츠」장관은 정말 감사하다며 한동안 담소를 나눴다.
만찬에는 3당총무·국회의무위간사·신병현 무역협회회장·정주영 전경련회장·김용식 올림픽조직위원장·「마에다」주한 일본대사·「세네월드」주한유엔군사령관 등 정계·경제계·언론계 및 외교사절 등이 참석.
외무부 행사에는 통상 외국산 양주가 사용돼왔으나 이날 리셉션에서 처음으로 국산양주가 선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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