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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 새 대표 누가 되나

중앙일보

입력

2년 전 정권에서 물러난 뒤 쇠퇴 일로를 걷고 있는 일본의 제1야당 민주당이 당 재건을 위한 마지막 승부에 나선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중의원 총선거에서 낙선해 대표를 물러난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전 대표의 후임 대표를 다음달 18일 선출한다. 민주당 내에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에 대립각을 세우고 아베노믹스를 대신하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또다시 정권교체를 이루기는 힘들 것이란 공감대가 팽배하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총선에서의 자민당 압승이 역으로 민주당에게 자극제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3명의 후보가 대표 출마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25일 출마를 선언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61) 대표대행, 호소노 고시(細野豪志·43) 전 간사장, 그리고 렌호(蓮舫·47) 전 행정쇄신담당상이다.

오카다는 민주당 정권 시절 부총리와 외상을 지냈다. 야당시절에는 민주당 대표도 역임했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 그룹 창업자의 차남이지만 '미스터 클린(clean)'이라 불릴 정도로 원칙주의자다. 후배 정치인들과 회식을 해도 밥값을 나눠 내고, 밸런타인 데이에 받은 초코릿까지 여직원에게 돌려보낼 정도라 "매력이 없다"는 평도 듣는다. 하지만 그런 점이 여성 유권자들에겐 호감을 산다. 토론 능력이 뛰어나 아베 총리가 가장 거북해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반대하며 아베의 역사관을 강하게 비난하지만 안전보장 문제에 있어선 보수적이다. 민주당의 독자적 재건을 강조한다.

호소노는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 당시 총리 보좌관으로 도쿄전력과 총리 관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의 긴박했던 상황을 침착하게 정리하며 '차세대 총리'로 부상했다. 하지만 오카다와 달리 당 재건 보다는 '야권 재편'에 무게를 둔다. 유신당 등 기타 야당과의 합당, 나아가 신당 창당까지 거론한다 그는 "민주당은 과거를 반성하고, 과거와 결별하지 않는 한 다시 태어날 수 없다"며 오카다를 '옛 정치인'으로 구분하며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한편 탤런트 출신의 렌호는 대만 출신 부친과 일본인 모친 사이에 태어난 여성 정치인으로 똑부러지는 언변과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한다. 다만 당내 지지기반이 없어 출마에 필요한 20명의 추천인을 모을 수 있을 지 관건이다.

현재로선 당내 중진 및 진보세력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는 오카다 대행,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 등 보수파의 지지를 받는 호소노 전 간사장의 2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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