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건 조작 폭로했던 시노트 신부 선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인혁당 사건’이 조작임을 폭로했던 메리놀 외방 선교회의 제임스 시노트(진필세·사진) 신부가 23일 선종했다. 85세.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이 터졌다. 시노트 신부는 이 사건이 고문 등으로 인해 조작된 간첩 사건임을 처음 폭로했다. 사건에 연루된 도예종·서도원·하재완 등 8명은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뒤 19시간 만에 처형됐다. 시노트 신부는 이 사건을 선교회와 외신을 통해 널리 알렸다.

 메리놀 외방 선교회 소속인 고인은 61년 인천 영종도 성당의 주임신부로 한국에 부임했다. 사건 당시에는 인천교구 총대리로 활동 중이었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은 4월 9일 처형당했고, 시노트 신부는 같은 달 30일 체류기간 연장 불허로 추방돼 미국으로 돌아갔다.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은 2007년 재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시노트 신부는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겪었던 일을 상세하게 기록한 『1975년 4월 9일』이란 책을 2004년 출간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미사는 26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시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열린다. 이 성당은 천주교가 남북화해와 민족의 평화를 염원하며 봉헌한 곳이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