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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해수장관 + α … 빨라지는 개각 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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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세종청사 완공 기념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기념식수로 회화나무를 심었다. 회화나무는 잡귀를 물리친다고 해서 괴화(槐花)나무로 불렸으며 우리나라 선비들의 정신을 상징한다고 해서 ‘학자수(學者樹)’라고도 불렸다. 선조들은 회화나무를 과거를 보러가거나 합격했을 경우 집에 심곤 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사의를 수용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왼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홍원 국무총리.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퇴를 언급한 건 23일 국무회의가 끝나갈 때쯤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장관에 대해 “세월호 사고로 해수부가 가장 어려울 때 136일 동안 현장을 지키면서 사고 수습에 헌신하는 모습에 유가족과 국민이 큰 감동을 받았다”며 “공직자의 참모습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국무위원들을 향해 “진인사대천명”이란 표현을 썼다.

 ‘정윤회 문건’ 파문이 커지자 정치권에선 내각이나 청와대에 대한 인적 쇄신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문건 파문이 사그라지고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다시 회복하는 시기에 맞춰 박 대통령은 이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23일 국무회의 뒤 여권 내부에 개각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번진 건 이런 타이밍과 분위기 때문이다.

 ‘문건’ 파동이 한창 이어지던 지난주만 해도 청와대 인사들은 박 대통령이 개각 카드를 꺼내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시기도 취임 2주년을 맞는 내년 2월 이후께로 예상했다. 박 대통령이 올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국면전환용 개각은 안 한다”고 말한 데다 정치권의 요구에 밀려 개각 카드를 쓰진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청와대 내부 분위기 변화도 감지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당초 개각 가능성이 닫혀 있다는 데 무게를 뒀지만 박 대통령이 침체된 현 상황을 빨리 벗어나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임명된 정홍원 총리 등 인사 요인이 있는 것 아니냐”며 “박 대통령이 직접 이 장관 사의에 대해 언급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연장선에서 개각이 이뤄질 경우 대상으론 정 총리와 함께 ‘땅콩 회항’ 조사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그리고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또 후임 해수부 장관엔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이 거론된다.

 반면 인적 개편과 관련해 시기상조론을 펴는 인사도 일부 있다. 청와대의 다른 한 참모는 “이 장관의 사의 수용을 개각과 연결 짓는 것은 다소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에선 이 장관에 대한 사퇴 수용이 결국 개각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폭이나 시점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청와대 개편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소장파에 속하는 황영철(홍천-횡성) 의원은 “사표가 받아들여진 이 장관과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정 총리의 후임을 찾는 개각을 단행하지 않겠느냐”며 “여러 혼란을 정리하고 임기 중반을 잘 맞기 위해선 국민들의 염원이 반영된 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문건 파동 이후 지지율 하락 등을 고려해 지금까지는 대통령이 원한 인사를 기용했다면 이제는 국민이 바라는 인사를 기용하는 개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핵심 당직자는 “개각은 기정사실이며 적합한 인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소폭 개편론을 주장했다. 그는 “검증된 사람으로, 총리와 해수부 장관 정도만 바꾸면 될 것 같다”며 “검찰 조사 내용과 무관하게 청와대까지 개편하면 지금까지의 의혹을 다 사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우선 소폭 개각을 한 뒤 청와대는 시간을 두고 개편하는 게 맞다”고 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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