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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 박 대표 팽팽한 150분] 한치 양보없는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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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각종 현안을 놓고 2시간30분 동안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설전을 벌였다. 체면을 의식해 발언 수위를 조절하기보다 가슴속에 있는 말을 화끈하게 다 쏟아부은 회담이었다. 다음은 대화록 요지.

▶노 대통령=연정은 불쑥 말한 것이 아니다. 훈수나 조언도 야당의 할 일이지만 직접 한번 담당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민생부분을 직접 맡아보란 것이다.

▶박 대표=한나라당은 (여당과) 너무 다르다. 연정은 합의의 국정운영이다. 이렇게 달라서야 되겠나. 얼마나 많은 혼란 있겠나.

▶노 대통령=권력을 맡으면 달라지니 한나라당이 맡아보란 것이다.

▶박 대표=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권력을 나눈다고 말할 수 없다. 권력을 가진 만큼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노 대통령=한나라당은 내가 하야하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왜 '통째로'나 '임기단축'이란 말을 했겠나. (나를)탄핵할 땐 정권을 인수할 의사가 있는 줄 알았다.

▶박 대표=총선 이후엔 여대야소였다. 국민들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뒤집는다. 대통령이 좋은 일 할 때 야당이 반대만 하면 야당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다.

▶노 대통령=경제.민생을 걱정하니 경제.민생만 맡든지, 국정을 다 한나라당이 맡아도 국정에는 지장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정치의 새 지평이 열릴 것이다.

▶박 대표=한나라당은 그런 식의 권력을 원치 않는다.

▶노 대통령=여소야대 정치구조는 고질적이다. 정치 비효율 넘어서고 지역구도를 극복하기 위해 선거구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박 대표=지역구도 변화는 선거제도로 안 된다. 5공 때 중선거구제로 인해 지역대립이 더 심화됐다. 지금 지역감정은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

▶노 대통령=(선거제도를)바꾸지 않는 게 한나라당에 유리하니까 그러는 것 아닌가.

▶박 대표=한나라당은 지지받지 못한 고장에 가서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은 그간 뭘 하셨나.

▶노 대통령=균형발전에 힘쓰고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은 호남당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탈당한 정치인은 비장한 심정이었다. 나는 감동을 느꼈다.

▶박 대표=여대야소 때는 왜 아무 말도 안했나.

▶노 대통령=그런 얘기 계속 했다. 지난 국회 연설 때도 했다. 필생의 과업이다. 내 정치인생을 여기에 걸었다.

▶박 대표=중대선거구나 독일식의 비례대표제 등은 다당제와 여소야대를 고착시키는 것이다.

▶노 대통령=한국처럼 지역구도에 의한 다당제가 아니라 정책노선에 의한 다당제는 진일보한 것이다. 포용정치에서 전형적인 것은 입각 제안하고, 수락하는 거다. 첫 참여정부 조각 때 (박 대표에게)통일부장관을 제안했었다.

▶박 대표=비공식 제의여서 개의치 않았다. 노선이 같아야 함께 일할 수 있다.

▶노 대통령=위기라고 하니 민생경제 위기극복을 위해 거국내각.초당내각을 해보자.

▶박 대표=지금 대통령 제의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린다. 결국 연정의 한 형태 아닌가. 말씀 거둬달라. 더이상 말씀하시지 않길 바란다.

▶노 대통령=선거제도 문제는 여야간 논의의 틀을 만들자.

▶박 대표=2008년에 총선이 있으니 그때 되면 자연스레 얘기될 것이다. 지금 여야가 선거문제를 얘기하면 블랙홀에 빠지고 민생이 실종된다.

▶노 대통령=선거가 임박하면 냉정히 못 다룬다. 지역구도는 정치인이 정치적 목적으로 만든 것이므로 정치인이 풀어야 한다. 현재 선거구제는 득표대로 의석이 반영 안 되는 제도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정치 분열이 해소된다.

▶박 대표=대통령은 국민이 달라진 것을 납득해야 한다. 선거구제도를 바꿔선 지역구도를 완화할 수 없다. 행정구역 개편도 상당히 좋은 안이다.

▶노 대통령=그 문제는 여야가 토론을 빨리해도 10년이나 20년은 걸릴 것이다.

▶박 대표=4.30 보선에서 (여당이) 모조리 참패한 게 지역구도 때문인가. 국민의식 수준을 낮게 보는 것 같다. 우리는 고전했던 곳에서도 당선됐다.

▶노 대통령=한나라당에 불리할 게 있을지 몰라도 선거제도를 바꿔서 나라에 해로울 게 뭐가 있나.

▶박 대표=대통령 말씀이 해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 맞는 제도가 있다. 내각제로 가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노 대통령=내각제,그럴 생각이 없다. 대통령제도 의회 안에서 정책연합 이뤄질 수 있다. 정치인은 정치적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박 대표=대통령이 지금 최대의 기회를 갖고 계신 것 아니냐.

▶노 대통령=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얘기했지만 나의 이미지와 좀 안 맞는 것 같다. 노무현 시대를 빨리 끝내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이다.

▶박 대표=앞으로 그만둔다는 말씀은 제발 하시지 말라. 국민들이 불안하다.

▶노 대통령=이 제안은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결단을 해보자는 제안으로 이해해달라. 한나라당은 저의 진의를 믿기 어렵다는 식으로 말한다.

▶박 대표=대통령께선 야당인 한나라당을 파트너로 안 삼고, 계속 무시하고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말했다.오늘로 연정에 대해선 더이상 꺼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가겠다.

▶노 대통령=생각해 보겠다.또 다른 대화정치의 방안이 있는지 생각해 보겠다.

▶박 대표=국민들은 잘 살고 편안한 것을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나머지엔 전혀 관심 없다.

▶노 대통령=지역구도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존재하는 현실과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난 거짓말은 안 한다.

▶박 대표=대통령 자리가 어떤지 가까이서 오래 봐 잘 안다.오해도 받고 국민 걱정이 대통령 걱정이다.24시간 노심초사하는 자리다.무척 외로운 자리다. 노 대통령은 후반기를 시대적 사명을 잘 생각하고 잘 마무리 해야 한다.

▶노 대통령=유럽 사례를 보면 여야 간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고 성공한 나라가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연정은)쉽게 포기하기 너무 아깝다.

▶박 대표=한나라당이 반대해서 못한 것이 있나. 보안법 말고 없지 않나. 민생과 관련해 모든 것을 협조했다.

정리=김정하.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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