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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난방비는 깎아놓고 해외 가는 지방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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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이 유럽 연수를 떠난다. 오는 28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8박9일 동안 네덜란드와 독일을 돌아오는 일정이다. 선진국 항만·공항과 도시계획을 둘러보고 와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1인당 360만원, 총 2520만원의 연수경비는 인천시 예산에서 모두 부담한다. 인천시의회 건교위는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7월 해양·항만·공항 관련 업무가 산업경제위에서 건교위로 이관됐다. 하지만 건교위 의원의 대부분이 초선이라 그쪽 분야를 잘 모른다. 선진국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의정활동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할 수는 없지 않나.”

 얼핏 맞는 소리다. 실제 1년에 한 차례 도의원들의 해외 연수는 법으로 보장돼 있다.

 문제는 개운찮은 뒷맛이다. 늘어난 복지 부담과 인천 아시안게임 후유증 탓에 온갖 예산을 다 깎아놓고 해외연수를 떠나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시의회는 올해 6억6000만원이던 한부모 가족 난방비 지원금을 내년에 1억원 삭감했다. 임산부 건강검진 지원금 3억6000만원은 아예 없앴다. 그럼에도 의원들이 올해 해외 연수를 가는 것은 물론 내년도 해외 연수예산 7000만원까지 그대로 살렸다.

 28일 떠나는 일정도 논란거리다. 네덜란드에서 모형 축소도시와 전통 민속마을 방문 같은 관광성 일정이 포함돼서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전문가들을 만나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왜 굳이 해외에 직접 나가서 찾는지 모르겠다”며 “진정으로 시민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해외 연수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예산을 다 깎아가면서 자신들 해외연수를 챙기는 게 비단 인천시의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전시 중구의회도 ‘도긴개긴’이다(요즘 한 예능에서 ‘도찐개찐’이라고 하는 건 잘못된 표현이다). 대전 중구의회는 내년도 어린이집 냉·난방비와 어린이집 전기·가스 안전 점검 비용은 반으로 줄이면서 의원들 해외연수비는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달 인천시 남구의회는 일본, 동구의회는 싱가포르 연수를 다녀왔다.

 그래서 대전시의회의 색다른 선택이 더 돋보이는지 모른다. 최근 대전시의회는 올해 잡혔던 해외연수 예산 5220만원을 전액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복지 부담에 짓눌려 온갖 예산을 깎아내리면서 자신들이 외국으로 나갈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쩌면 연수 나가는 지방의원들이 이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다음 선거는 3년6개월 뒤다. 모두 잊는다.” 과연 그럴까. 4년 뒤 선거 결과가 벌써 궁금해진다.

글=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