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언어생활 은어로 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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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대학사회에서 사용되는 은어중에는 ▲대학생활에 관한 것이 아닌 일반 사회생활에 관한 것이 가장 많고 다음 ▲이성에 관한 것 ▲수업·교수와 관련된 것 ▲기호물·오락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양대 학생생활연구소 주관으로 유민영교수(단국대)가 대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은어와 속어 5백여 단어를 수집, 분석한「대학생의 언어생활」이란논문에서 발표된 것.
유교수는 이들 은어를 내용면으로 볼때『퍽 리얼하고 권위를 배격하며 섹스에 대해서 노골적이고 학교생활에 극히 회의나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유교수는 또 일반 사회생활에 관한 은어가 많은 것은 ▲순수한 대학사회가 탁한 일반사회에 오염되고 있고 ▲대학사회가 존엄·권위·지성적인 기능을 많이 상실하고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대학사회에서 통용되는 은어의 수가 군대·상인·도박꾼·불량배·걸인 등의 집단보다도 훨씬 많아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보통어·고급어가 침식당해 지식사회에 언어혼탁·혼돈이 올 가능성과 ▲대학생의 성격이 음성적으로 왜곡될 우려가많다고 했다.
대학생들의 은어를 관심대상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이성>
겉모습에서부터 섹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선 외모에 관한 것은 뚱뚱한 여자를 「보릿자루」「오,우아해」등으로, 잘생긴 여자는「제멋대로」못생긴 민주주의와는 반대로 이목구비와 사지의 분할과 구획이 강제적으로 된 듯이 잘 돼 있다고 해서「공산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여자애인은 종전의「깔치·까시·까이」에서「피로회복제」「까랭이·까레미」로, 남자애인은「오촌오빠·놈씨」등 종래의 호칭외에「덮치」등으로 속되게 표현된다. 신학생들은 여자친구(애인)를「갈비」라고 창세기 이야기를 인용해 부른다.
또 자립성이 없는 남자를「식민지」, 데이트자금을 전혀 안내는 남자는 매우 노랗다는 뜻으로「24금」또는 인터내셔널옐로(국제노랭이)로 불린다. 섹스를 나타내는 말로 유방을 「세시봉」(섹시한 봉우리라는 뜻), 꾐에 넘어가는 것을「빨린다」로 표현한다.

<기호물>
술은 쭐쭐 마시면 세상이 바뀌어 보이는 도깨비같은 물이라고 「쭐쭐이」「도깨비국물」이며, 소주는 조금만 마셔도 빨리 취하기 때문에(효과가 강해서)「수소탄」, 막걸리는 취하는 효과가 덜하기 때문에「원자탄」, 또는 평범하게「밀크」로 불린다. 소주+콜라는 말을 줄여「속콜라」.
대학생들이 좋아하는「당구와 바둑, 영화관람을 했다」는『알록달록 도서관과 흑백도서관·검은도서관(영화관은 어둡다)을 다니며 하루종일 공부했다』고 표현한다.

<강의와 학점>
교수에게 찾아가 따는「인터뷰학점」과 암기해 도박식으로 따는「빠찡꼬학점」도 있다.
유교수는 최근 들어 학점에 관한 은어가 많이 늘어났다며 이는 취직난과 직장에서 성적을중시하는 경향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수업에 잘 빠지는 학생은「땡순이(땡땡이에서 나온말)」이며 커닝은「4·8작전」(눈을 사팔이처럼 굴린다), 커닝하다는 「다마굴리다」, 시험지백지제출은 「화이트·필드」(Whie field)라고 한다. 이에 대해 유교수는『여러번의 입시지옥을 「거쳐야 되고 그와 같은 제도로 인해서 상급학년에 올라갈수록 공부에 대해서 의욕과 열의를 잃어가는 오늘의 학생들의 의식상태를 그대로 표현해 준 것』이라며 『우리교육의 병폐, 교육공해를 상징적으로 증언해 준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타>
아버지는「어둠의 자식들」등 소설에 나오는대로「깨비·수깨비·꼰데」, 어머니는「암깨비·깸마」, 선생은「꼰데」, 무서운 선생은 눈이 새꼬리처럼 올라간다고「새꼬리」로 둔갑한다.
재수생도「날실업자·업자·사무라이」등으로 표현되고「땜쟁이」(공대생)·「오강과」(요업과)·「개집과」(건축과)등 재미있는 표현도 있다.
교인도 여러종류여서 밤에만 나가는「올빼미」, 낮에만 나가는「나팔꽃」, 소시장에 억지로 끌려나오는 「송아지」등으로 부른다.
다방에는 「솔시래파미레도」족(엽차만먹고가는사람을말하며 동요 옹달샘의 계음)이 있고「FBI」출신(훼밀리브라보아이스크림을먹는친구)도 있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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