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점 코밑까지 밀었다, 기관의 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올들어 기관투자자들이 주가를 끌고 있다. 최근 심상치 않은 주가 오름세를 주도한 것도 '기관의 힘'이다. 증시의 주도권이 외국인에서 기관투자자쪽으로 급속히 넘어오면서 사상 최고치 돌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기관투자자 위주의 안정적 수급구조로 바뀌면서 사상 최고치 돌파는 물론, 이후에도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고비마다 기관이 나선다=1998년 시장 전면 개방 이후 국내 증시는 시가총액의 40% 가량을 움켜잡은 외국인투자가들이 시장을 쥐락펴락 해왔다.

그러나 증시가 사상 최고 경신 등 대세 상승의 고비때마다 기관투자자들은 적극적인 '사자'에 나서 제몫을 해줬다. 올 대세 상승장에서도 '기관의 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8월 이후 지난 6일까지 개인은 1조700억원, 외국인은 88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하는 동안 기관투자자들은 84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시장의 버팀목이 돼 준 것이다. 특히 6일엔 3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이후 기관들은 하루 평균 8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하는 등 매수 강도를 높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 자금의 질도 달라졌다=연일 순매수를 기록중이긴 하지만, 최근 기관들의 주식 매수 규모는 과거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 활황장이던 90년대 초반이나 2000년 초반과 비교하면 변변치 않을 정도다. '바이코리아' 열풍이 몰아치던 99년 7월엔 한달만에 10조9000억원,10월에는 11조원이 넘는 자금이 기관투자가에 의해 주식형펀드 형태로 쏟아져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의 성격은 크게 달라졌다. 단기 차익을 노린 핫머니성 자금은 자취를 감추고, 장기 안정 투자로 바뀐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 기관 자금도 단기 차익을 노린 '핫머니'성격이 강했다"며 "최근엔 적립식펀드 등 장기 투자용으로 기관 자금이 바뀌면서 증시 체질까지 안정적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사상 최고를 넘어설 경우 기관으로 유입되는 간접투자 자금이 크게 늘고,'기관의 힘'은 더욱 커질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차은주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주 증시에 유입된 자금 중 약 6500억원이 펀드를 통해 흘러들어왔다"며 "외국인과 개인의 자금 유입은 둔화된 반면 기관의 매수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어 기관에 의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