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TV … 이젠 흑색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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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제품에 '블랙 열풍'이 거세다. 올 초 삼성전자가 블루블랙폰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검정색 열풍은 디지털 카메라, 포토 프린터, 휴대용 게임기, MP3플레이어 등으로 옮겨 붙었다. 최근엔 세탁기나 냉장고, 청소기, TV 등 '백색가전'에까지 검정색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한국마케팅연구원 오수연 연구원은 "검정색은 원래 금기를 나타내는 색이었지만 최근에는 우아함과 기품을 표현하는 색으로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며 "요즘엔 젊을수록 더 검정색을 선호해 IT 기업들의 블랙 마케팅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휴대전화 시장은 검정색 바람이 휩쓴 지 오래다. '블랙 열풍'의 진원지로 꼽히는 블루블랙폰은 국내는 물론 해외 휴대전화 시장을 강타하며 출시 9개월 만에 700만 대 가까이 팔렸다.

LG전자나 팬택앤큐리텔도 주력제품인 스포츠카 폰과 캠코더 폰에 검정색을 입혀 블랙마케팅에 가세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세계적인 히트 상품인 레이저 폰을 검정색으로 만들어 국내 시장에 새로 출시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도 삼성테크윈.소니.코닥 등이 경쟁적으로 검정색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코닥 디지털 영상사업부 송효원 부장은 "자주색이나 푸른색 계열의 컬러제품 판매량은 보통 실버 제품의 20% 미만이었다"며 "7월 V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검정색 제품을 내놨더니 전체 판매량 중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 상반기에 검정색으로 출시된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PSP), 레인콤의 MP3플레이어, 삼성전자의 포토프린터 등도 일제히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블랙 열풍'이 거세지면서 전통적인 백색가전인 세탁기나 청소기에도 검정색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전자가 5월 검정색으로 출시한 드럼세탁기 트롬은 상반기 국내 세탁기 시장에서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도 이달 초 검정색 청소기를 내놓았다. LG전자 세탁기 사업부장 조성진 상무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급스러우면서 깔끔한 검정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PDP나 LCD패널을 채택한 디지털 TV나 홈시어터 등도 검정색 제품이 많이 팔린다. 업계 관계자는 "평면 TV가 유행할 때는 실버 컬러가 TV를 대표하는 색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고가의 PDP나 LCD 디지털 TV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검정색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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