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복지 삭감 소극적 그리스 정치권 … 국가부도 위기 불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해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주최 콘퍼런스에서 정치 리더십의 부재가 불러올 경제위기를 ‘태풍’에 비유했다. 그는 향후 세계 경제를 위협하며 태풍을 만들어낼 요소로 ‘지도력의 부재’와 ‘협력의 부재’를 꼽았다.

 정치 리더십의 부재로 태풍이 분 대표적인 나라가 그리스다. 높은 복지 수준을 유지하던 그리스는 결국 2010년 5월 1차 구제금융을 받았다. 복지 삭감에 소극적이었던 정치권 탓이다. 구제금융 이후에도 정치권은 우왕좌왕했다. 2011년 10월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앞둔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합의했지만, 11월 그리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다시 철회하는 등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리스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정치권발(發)’로 심화할 수도 있다. 그리스 와 트로이카 협상단(IMF·EU·유럽중앙은행)은 구제금융 졸업 시기를 두고 2015년 1월 협상을 해야 한다. 그리스는 내년 2월 마지막 구제금융 이후 조기 졸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유로존 국가는 6개월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월 조기 총선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현재의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연정이 재집권에 실패할 경우 구제금융 졸업 시기를 조율하기 힘들어진다.

 ‘불황→리더십 부재→더 깊은 불황’의 악순환에 빠진 나라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그렇다. 1970년 이후 2012년까지 일본 총리의 평균 재임 기간은 21개월에 불과했다. 총리가 바뀌고 내각이 교체될 때마다 일본은행과 재무성은 경기 완화정책·긴축정책을 오갔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관된 경제정책의 부재가 일본 장기 불황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의회 합의의 실패로 지난해 10월 1일부터 16일간 연방 정부 셧다운(shutdown·정부폐쇄) 사태를 맞았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를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견 차로 2014년도 예산안을 기한 내 처리하는 데 실패하면서다. 결국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만나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를 막았다.

정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