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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정조준, 위기 맞은 러시아에 돈줄 차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루블화가 폭락하며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린 러시아를 향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돈줄 차단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미국과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한 것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주중 러시아 추가 제재 법안에 서명할 방침이라고 공개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법안의 일부 내용이 (유럽 국가들과) 협의 중인 내용을 반영하지 않아 우려가 있었지만 대통령에게 러시아를 상대할 전략의 유연성을 준다는 점에서 승인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러시아 경제 위기는) 푸틴 대통령의 전략이 실패했다는 신호”라며 “지금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는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돼 있다”고 밝혔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추가 제재에 소극적이던 유럽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러시아가 환율 위기를 맞는 것과 동시에 제재 법안 승인을 예고하며 압박으로 선회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추가 제재 법안인 ‘우크라이나 자유 지원 법안’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부터 2년간 우크라이나에 대전차포, 방공 레이더, 무인기(드론) 등 3억5000만 달러 상당의 살상용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러시아의 돈줄인 국영 방산 기업과 에너지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해외 업체들이 러시아의 원유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러시아의 국영 천연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에 대한 투자도 차단할 수 있게 했다. 러시아의 무기 수출 기업인 로소보로넥스포르트에 대한 제재 조치도 가능해졌다. 법안은 이를 대통령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재량권으로 남겨 놨다.

이 같은 제재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 경제는 외환 고갈과 전비 부담이라는 쌍끌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법안은 자본 유출이 진행 중인 러시아 경제를 겨냥해 해외의 달러가 러시아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요지인데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을 전력화하면 우크라이나 반군을 물밑에서 지원했던 러시아로선 전비도 부담이 된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게 제재의 목적”이라며 “제재는 수개월 전에 해제될 수도 있었고 크렘린의 결단에 따라선 며칠 안에 해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던지 아니면 추가 제재를 당하던지 양자 선택을 요구한 것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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