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한방 협진의 길 터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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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병원에 갈까, 한의원을 이용할까'. 몸이 아플 때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양.한방 면허증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의사를 찾아간다면 어떨까.

썩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의료법이 양.한방 면허 의사의 복수 진료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방이든 한방이든 한쪽 분야만 선택해야 하고, 보험청구도 한쪽만 인정받는다.

28일 양.한방 자격증이 있는 의사들이 모여 대한동서의학회를 결성하고 창립총회와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현재 국내에 복수 자격증 소지자는 모두 128명. 이들이 숫자가 늘어나면서 자신들의 연구활동을 알리고, 권리찾기에 나선 것이다.

회장에 선임된 민병일(경희대의대 교수.생리학.사진)회장은 "국민의 건강권 증진을 위해 양.한방이 협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현행법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며 "힘들게 취득한 복수 면허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 면허 소지자의 가장 큰 역할은 양.한방 협진의 가교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것. 현재 협진병원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법이 한 의료기관에 양.한방 의사를 함께 둘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양방병원에 한의원을, 또는 한방병원에 의원을 별도로 개설하고, 환자는 이중 접수를 해야한다. 협진에 대한 환자들 만족도는 매우 긍정적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접수나 수납 등 절차는 복잡하지만(평균 60%)이지만 만족도는 76%로 높았다.

동서의학의 결합과 연구분야의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이날 '동서의학 협진과 양.한방 복수 면허자의 역할'을 소개한 해마한의원 윤영주 원장은 "한방의 무한한 자원을 서양의 실험 및 통계기법으로 과학화.체계화한다면 우리나라 의료가 미래의학으로 세계 의료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동서의학회 회원 5명은 현행 의료법의 복수 면허자 진료행위 제한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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