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외환 불안'… 고유가·환투기에 루피아화 폭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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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29일 미 달러화에 대한 투기를 자제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달러화 사재기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경제가 통째로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의 외환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주식도 폭락세를 보였다.

루피아화 가치가 29일 미 달러당 1만800루피아까지 떨어졌다. 3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국제 투기자본들은 루피아화를 집중 매도하고 있다. 자카르타 주가종합지수도 이날 54.104포인트 떨어진 994.77로 마감됐다. 주가가 1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제2의 아시아 금융 위기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1997년 7월 아시아 금융위기는 태국 바트화 폭락에서 촉발됐다.

인도네시아의 외환 위기는 국제유가 폭등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한 산유국이지만 생산시설이 미약해 몇 년 전부터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원유 수입에 달러화를 많이 쓴 탓에 경제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저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 유가와의 차액은 정부가 보조금으로 메워준다. 보조금 지출액은 지난해 76조 루피아(약 76억 달러)에서 올해 130조 루피아(약 130억 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국가 예산의 15%나 된다.

국제 환투기 세력은 ▶대규모 재정적자 ▶변동환율제 ▶적은 외환보유액(320억 달러) 이라는 취약점을 파고 들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 기름값을 올리기도 힘들다. 이미 3월에 29%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금융정책을 손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르하누딘 압둘라 중앙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은행 대출을 조이고 외환거래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경선 KOTRA 자카르타 관장은 "인도네시아의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6.2%로 동남아 국가 중 최고"라며 "외국인 직접투자 역시 71%나 늘어나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 루피아화 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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