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인 소유 문화재 반환 약속 안 지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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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 신이치

“애써 문화재를 반환했더니 제대로 전시하지도 않으면 안 돌려준 것만도 못하지 않느냐”

 일본의 양심으로 추앙받는 노학자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 스루가다이대 명예교수(88)의 목소리엔 서운함이 서렸다.

 아라이 교수는 ‘조선왕실의궤’ 등의 반환을 도운 시민단체 ‘한국·조선 문화재 반환문제 연락회의’를 일본에서 결성한 뒤 지금껏 이끌어 왔다. 그를 지난 9월 도쿄에서 만났다.

 - 연락회의의 발족 계기는

 “그간 서울대, 하버드대 등의 학자들과 함께 10년간 정치·외교·군사 분야 등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 그러다 2010년 한일합방 100주년을 맞아 문화재 분야도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다루게 됐다. 이 무렵 당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마침 궁내청 조선왕실의궤를 반환할 움직임을 보여 이를 지원하기 위한 민간단체를 결성하게 됐다. 그게 연락회의로 이어졌다.”

 - 일본 내 한국 문화재는 얼마나 될까.

 “한국 문화재청은 6만여점으로 발표했지만 30만점은 될 걸로 추산된다. 상당수가 일제 때 왔지만 그 전 도쿠가와 막부 시대 때 조선통신사 등을 통해 전해진 것도 많다.”

 - 도굴 등 불법적인 입수 방법도 많지 않았나.

 “한일합방이 이뤄진 뒤에는 총독부가 있어 함부로 도굴하지 못했다. 도리어 1904년 러일전쟁 후 합방 때까지 6년 간의 혼란기에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시켜 도굴했다.”

 도쿄대 서양사학과 출신의 그는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해온 대표적 지식인이다. 학도병 경험이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쳐 일본의 전쟁 범죄 및 책임 문제를 연구했다. 2005년에는 을사늑약이 국제법상 무효임을 입증하는 사료를 내놓기도 했다.

 - 문화재 반환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나.

 “일본 정부는 65년 한일협정으로 반환 문제가 끝났다고 주장하나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합의된 의사록을 보면 ‘일본 개인 소유 문화재를 자발적으로 한국에 기증하면 양국간 협력 증진에 기여하므로 일본 정부는 이를 장려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 한국 측에 당부하고 싶은 건.

 “대부분의 일본인은 문화재 반환에 대한 의식이 없다. 그러니 한국 측에서 정치적 이슈화하면 감정적으로 거부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도쿄=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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