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잃은 레이건 「84고지」공격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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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에드워드·케네디」상원의원의 갑작스런 불출마선언이 있은 직후 워싱턴의 TV기자들 사이에서 나온 첫 반응은 84년 대통령선거가 별 재미없는 행사가 되겠다는 실망이었다. 오랫동안 민주당의 선두주자로 지목되어온 「케네디」의원의 탈락으로 그와 버금갈만한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인이 민주당 안에서는 찾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다분히 쇼 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미국선거풍토에서 「케네디」가문이 갖는 호화로움과 「케네디」의원의 과거가 안고있는 선풍적인 논쟁거리가 빠져버리게 됐다는데서 그런 실망이 나온 것이다. 워싱턴의 정치평론가들은 「케네디」의 탈락이 「레이건」대통령의 입장을 강화시키는 사태발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케네디」는 정치이념상으로도「레이건」의 우경노선에 대해 대안이 될만한 명백한 진보주의를 표방해왔고 유권자들에 대한 지명도나 당내정치기반 면에서도 「레이건」의 적수가 될만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를 겪을 때까지만 해도 「레이건」대통령이 84년에 재출마 할 것인가는 워싱턴정가의 최대관심사로 남아있었다. 저격사건이 있은 후 「레이건」의 부인 「낸시」여사가 재출마를 극력 반대해왔다는 점과 「레이건」의 나이가 72세의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재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간선거이후 「레이건」은 재출마 할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굳어지고 있다. 그런 견해는 「레이건」대통령 스스로의 행동이 부채질했다.
즉 「레이건」대통령은 중간선거 직후 자기의 친한 친구인 「랙설트」상원의원을 공화당 전국위위원장으로 임명했는데 이 인선이 84년 선거의 준비작업을 위한 것이 틀림없다고 전해지고 있다. 「랙설트」의원 스스로도 이 자리를 수락하면서 『만약 「레이건」이 84년에 은퇴할 계획이라면 나는 이 직책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여사도 요즘은 남편이 재출마 하는데 대해 『전보다는 반대를 덜하고 있다』고 백악관 측은 말하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은 「케네디」의원이 불출마선언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자리에서 기자가 『당신도 「케네디」처럼 불출마선언을 하지 않겠는가』고 물었을 때 『나의 과거경력 중 「케네디」의원과 비슷한 점이 있던가』라고 반문했다. 그것은 재출마 하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재출마의 뜻을 가장 강력하게 비친 말로 해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레이건」은 공화당 내에서 도전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83년초에 출마의사를 공식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의 전속여론조사전문가인 「워들린」은 84년 「레이건」이 재선될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고 신경 쓸 정도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새로운 강자가 나타날 때까지 대단한 이전투구가 전개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먼데일」전 부통령이 선두주자로 지목되지만 그의 지지도는 아직 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강력한 당내 도전 앞에 어느 정도의 지구력을 보일지 미지수다.
「케네디」의 탈락 후 군웅할거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내에서 현재 제1선에 나선 후보는 「먼데일」말고도 「존·글렌」상원의원이 있다. 그리고 제2선에는 「하트」의원, 「크랜스턴」의원, 「홀링즈」의원 및 플로리다주지사 「애스큐」가 꼽힌다.
이들은 「먼데일」을 빼고는 모두 대통령 감으로서의 전국적 이미지와 조직을 키우지 못한 「신인」들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는 예선과정에서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벌어질 것 같다.
그런 양상은 「케네디」가 불출마선언을 한 직후 벌써 나타났다. 그가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 후보지망자들은 다투어 「케네디」의 선거막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치작전을 벌여 「케네디」쪽에서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논평가들은 그런 식의 집안싸움이 국민들에게 혐오감을 안겨줄 위험과 「레이건」경제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 못하고 있는 취약점 등이 민주당이 극복해야할 2가지 문제라고 본다.
공화당 쪽에도 문제는 많다. 지난 중간선거는 80년 선거에서 공화당에 쏠렸던 남부지방의 지지표와 도시근로자들의 표가 다시 민주당 쪽으로 이탈해 나오는 추세를 드러냈다.
이와 같은 추세는 80년 총선이 「거대한 보수화물결」이었다는 가정에서 정치·사회·경제·국방의 모든 면에서 보수우파정책을 추진해온 백악관에 대해 큰 압력을 가하고 있다.
만약 80년의 추세가 보수화물결 아닌 단순한 「카터」에 대한 반발표의 물결에 지나지 않았다면 84년 선거의 열쇠는 정책방향을 수정하는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레이건」의 경우 그 방향은 중도노선으로의 궤도수정을 뜻한다.
백악관의 여론조사담당자 「워들린」은 84년까지는 경제가 호전돼 「레이건」재선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말대로 레이거노믹스가 주효해서 경기가 회복되고 실업률이 내려가면 이념과는 관계없이 유권자의 표는 「레이건」에 몰릴게 확실하다.
그러나 백악관이나 관측통들은 그런 낙관론에 큰 자신이 없는 듯하다. 특히 지난 중간선거에서 최대이슈가 되었던 실업문제의 경우 앞으로 경기가 곧 회복된다 해도 구조적 이유 때문에 84년까지는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경제전망자체도 뚜렷한 단서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모두들 「레이건」이 언제 어느 정도로 정책상의 후퇴를 할지 주목하고있다. 특히 「레이건」의 당선에 공헌이 큰 공화당내의 소위 뉴라이트(신우파)세력은 벌써부터 「레이건」이 중도노선으로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경계를 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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