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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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9회 아시안 게임이 막을 내렸다.
아시아인의 전진과 이해를 모토로한 이번 대회는 한국인들에겐 특히 자신과 책임을 아울러 인식시킨 계기가 되었다.
한국 선수단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 28개, 은메달 28개, 동메달 37개로 3위를 차지함으로써 당초에 목표로 잡았던 종합 3위 입상과 남북대결 승리라는 명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그것은 전체 체육인과 선수·임원의 합심노력의 결과지만 더 나아가선 온 국민의 줄기찬 성원과 하늘의 가호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훌륭한 성과에 담긴 뜻은 좀더 되새기고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시안 게임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으며 한국스포츠의 과제는 점점 더욱 무거워지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선 축구와 요트를 제외한 18개 종목에서 메달을 골고루 땄다는 점에 희망을 갖는다.
스포츠에선 몇 개 종목에서만 잘 하고 다른 종목은 아예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른바 인기종목 편중은 그 자체가 문제다. 인기 종목이라고 반드시 좋은 성적을 얻으리라는 보장도 없을 뿐 아니라 거기에만 치우쳐 다른 종목을 소홀히 하는 것은 국민 스포츠의 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위험한 일이다.
그 점에서 우리가 획득한 금메달이 전보다도 훨씬 다양한 종목으로 확대되었다는 것도 믿음직하다.
특히 육상과 수영 등 기본 경기종목에서 금메달을 3개씩 획득한 것은 고무적이다. 수영의 금메달은 예상도 못했던 것이고 육상에서도 잘해야 2개 정도를 기대했던 만큼 획기적 결과다.
그 동안 아시안 게임의 여자 경영에서 우리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일이 없기도 하려니와 아시안 게임 수영기록 중에서 가장 뛰어난 종목인 배영과 개인혼영에서 3관 왕이 된 최윤희의 기록은 물론 경이적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24년만에 국제대회 우승을 안겨준 마라톤의 김량곤이나, 육상2백m의 장재근, 넓이 뛰기의 김종일은 모두 한국 스포츠의 전환점을 이룬 획기적 위업을 이룩했다.
육상과 수영의 금메달은 비록 숫자는 6개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부모의 우리기본 경기종목에 새로운 비전을 던져준 의미는 실로 천금과 다를 바가 없다.
아울러 대회 마지막날 우리에게 금메달을 무더기로 안겨준 복싱과 강적 중공을 물리치고 우승한 남자농구의 승리는 스포츠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한 인상적인 쾌거다.
물론 4개의 금메달을 딴 테니스나 3개의 금메달을 따온 사격, 그리고 각각 2개씩의 금메달을 가져온 궁도, 사이클, 역도와 l개의 금메달을 딴 배드민턴이 모두 좋은 성과를 올린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예상에 비해 부진했던 일면도 있음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사격과 궁도, 사이클은 좀 더 분발할 여지가 있다.
구기 종목에서도 축구의 예선탈락, 여자농구의 2연패 실패, 남녀배구의 부진은 모두 중공의 두터운 벽을 실감케 하는 바로 앞으로의 많은 연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회의 폐막을 보면서 우리는 희망과 자신의 증거를 확인한다.
비록 경기의 승패가 일희일비의 순간적 감정표현을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는 한국인의 능력과 가능성에 대해서 긍지와 희망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어느 면에서 한국의 국력을 상징한다. 한국인의 정치·경제·문화적 역량이 경기의 성과로 반영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계의 반성도 필요하다. 예기치 않은 마라톤 우승 등은 용기와 자신으로 도전하는 자의 가능성에 대해 커다란 시사를 주고있다. 소수정예주의 혹은 절대기록 평가로 아예 도전을 포기하거나 선수파견을 기피하는 안이한 계산주의는 결코 위업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도 입증해 주고 있다.
실패와 부족은 착실히 극복하는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리 낙승할 필요도 없고 일찍 포기할 필요도 없다. 끈기와 노력은 승리의 어머니다.
마찬가지로 승리에·도취하여 자만과 태만에 젖어서도 안되겠다. 경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하나의 아쉬움을 갖는다. 만약 남북이 단일 팀을 구성했다면 금45 은47 동 57로 중공과 일본을 위협하는 거대한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념을 떠나 한민족의 저력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든든한 마음도 생긴다.
이제 9회 아시안 게임은 끝났다. 86년 아시안 게임과88년 올림픽을 주최해야할 입장에 있는 우리로선 새로운 각오와 준비로 이제부터 대비하는 노력을 경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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