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경제는 외형은 그런 대로 괜찮으나 내실은 별로 없는 성장을 했다. 정부주도의 건설투자가 성장을 이끌었지만 광공업 특히 제조업생산의 기반이 허약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나타난 GNP(국민총생산) 성장률만을 놓고 볼 때 작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상반기동안의 성장률4·8%가 지난해 상반기의 2·2%를 배 이상 앞지른 데 이어 3·4분기의 성장률도 올해6·4%로 지난해의4·8%를 넘어섰다. 또 연초부터3·4분기까지를 통틀어 보더라도 올해GNP성장률은 5·3%로 지난해의 3·1%보다 높다. 외형의 결과치 만을 놓고 본다면 확실히 우리 경제는 지난80년의 마이너스성장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성장의 내용을 각 부문별로 뜯어보면 아직도 우리 경제는 본격적인 새살이 붙어서가 아니라 정부에 의한 영양주사에 의해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수출과 내수, 제조업의 기반이 없는 허약한 성장 패턴이 이를 말해 주고있다.
과거 호황 때와는 사뭇 다른 이 같은 성장 패턴은 올해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 부문과, 성장에서 외면당한 부문과의 뚜렷한 명암 대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경제 성장을 이끈 부문은 농림어업과 사회간접자본 부문. 더 정확히 말한다면 농업과 건설업이다.
농업은 천혜의 도움으로 특용작물과 과일생산이 중심이 되어 3·4분기 중 12·1%나 크게 성장했고(미곡생산은 4·4분기 GNP에 잡힌다)지난해3·4분기 중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건설업은 올해 무려27·1%나 급성장했다.
그러나 전체산업생산 중 약70%정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공업과 기타 서비스업의 성장은 극히 부진했음을 주목해야한다. 광공업 중 특히 비중이 높은 제조업은 지난해3·4분기중의 10% 성장에서 올해 3%로 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기타 서비스업은 지난해 0·2% 성장에서 올해 5·8%로 성장률이 다소 높아졌으나 이는 주로 해외건설수입이 늘고 외채이자부담이 준 것이 반영됐기 때문이고 내수와 직결되는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지난해 10·7%성장에서 올해2·4%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앞서 건설업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도 주택·발전소·지하철공사·기타 도로·항만 등 정부발주의 토목공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지 산업생산과 직결되는 상점·공장 등의 건설이 활발했기 때문이 아니다. 즉 3·4분기 중 주거용 건물 건설은 87·1%나 늘었지만 민간에 의한 비 주거용 건물건설은 6·6%밖에 늘지 않았다. 특히 지난 상반기 중 비 주거용 건물 건설은 도리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올 들어3·4분기까지를 종합해보면 주택건설은 41·9%나는 반면 비 주거용 건설은0·5%성장에 그쳤을 뿐이다.
결국 올해의 경제성장은 정부에 의해 의도된 건설경기가 하늘과 해외부문의 도움을 받아 주도한 결과이지 제조업과 설비투자 등에 바탕을 둔 본질적 경기회복의 시작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성장지표는 높아지는데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피부로 느낄 수 없고 또 최근 일부지역에 부동산투기 붐이 일었던 것도 이 같은 성장패턴의 결과다.
수요 쪽에서의 GNP구성도 이 같은 성장요인을 보여주고 있다.
즉 국내 총 소비수요 중 정부에 의한 소비는 지난해 보다 크게 늘었으나 민간소비는 더욱 위축돼 결국3·4분기 중 총 소비는 지난해보다 적은 3·2%증가에 머물렀다. 민간에 의한 소비수요가 이만큼 허약했기 때문에 생산 쪽에서 제조업과 도·소매업이 부진했고 따라서 산업용 건물건설도 활발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 상품수입도 계속되는 수요부진을 그대로 반영.3·4분기 중 0·4%밖에 늘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 다만 고정투자 규모가3·4분기 중 23%나 크게 늘었으나 이 역시 정부에 의한 건설투자가 주종이고 산업용 설비투자는 별로 늘지 않았다.
기계시설투자가3·4분기 중 14·3% 늘어난 것은 지난해 기계시설투자가11·4% 감소로 워낙 부진했던 것에 대한 반등과 올해 자동차를 중심으로 극히 제한된 분야의 시설 재 구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4·4분기의 GNP실적추계가 남아있지만 이미 반 이상 지나간 4·4분기에도 지금까지의 성장패턴과 달라진 점은 없다.3·4분기까지 4·7%밖에 늘지 않았던 수출은 4·4분기 때도 회복되지 않고 있고 또 추곡수확이 예상에 못 미쳐 올 연간GNP 6%성장은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 나오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의 GNP성장이 아니라 내년부터라도 과연 민간설비 투자와 소비가 어느 정도 회복되겠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주도의 건설투자에는 과다한 재정적자 때문에 한계가 있다.
올 한해동안 정부쪽에서건 경기의 시동이 내년의 민간설비투자로 옮겨 붙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는 엄청난 재정적자만을 안은 채 그 운용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김수길 기자>김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