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피살사건 항소심 재판장 이한구 부장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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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말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여론에 휘말리지 않으려 노력했지요)
여대생 박상은양 피살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인 서울고법 재3형사부 이한구 부장판사(44)는 선고를 끝내고 그동안의 고층을 털어놓는다.
정재파 피고인(22)에 대한 1심의 무죄선고로 검찰수사에 커다란 충격을 준 어려운 사건을 배당 받아 무척 고심했다는 이야기다.
『법관은 언제나 심판 받는 사람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기록에 나타난 사실뿐이지요.』
이 부장판사는 법정에서도 열띤 공방전을 벌이던 검찰과 변호인 모두에게 최대한의 시간을 주기 위해 애를 썼다고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들이 설전을 벌일 때는 아예 눈을 감고 경청만 하고 있었습니다. 양쪽이 충분히 이야기를 해보라는 생각에서였지요.』
사건의 성격상 재판진행에까지 신경을 썼다는 것이 이 부장판사의 고백이다.
『정 피고인이 법정에서 불손한 태도로 답변을 할 때는 이를 제지할 생각도 있었지만 어느 한쪽의 편을 든다고 생각할까봐 그냥 참고 넘겼습니다.』
치밀하고 차분한 성격에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이 부장판사는 동료들 사이에선 일을 취미로 아는 법관으로 손꼽힌다.
그는 경기고 2학년 재학 중이던 56년 대입검정고시에 합격, 이듬해에 바로 서울대법대에 합격한 수재형.
충남 아산이 고향. 61년 서울대법대를 졸업하고 그 해에 고등고시 13회에 합격했다.「주석민법총칙」,「민법연습」등 2권의 저서도 있다. 취미는 등산. <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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