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나베나」는 사창가 포주 총 맞고 죽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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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득구 선수의 죽음은 프로복서 보호대책을 거세게 불러일으키고 있고 또 그동안 세계적 복서들이 얼마나 많이 희생당했나 하는 경각심을 던져 주고 있다. 45년 이후 링에서 사망한 복서는 무려 3백40명에 이르고 있다. 그리나 꼭 가격만이 아니더라도 링에서의 극적 흥분과 후유증으로 비명에 간 복서는 너무나 많다.
생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가격·질병·사고 등으로 숨진 복서의 세계를 본다.

<권총으로 사살된 북서들>
가장 쇼킹한 죽음은『남미의 들소』로 불린 아르헨티나의「오스카·보나베나」다. 60년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헤비급서 활약한「보나베나」는「조·프레이저」,「무하마드·알리」등과 명 승부를 연출, 한국 팬에게도 친숙하다. 「보나베나」는 지난7 6년 5월22일 네바다주 리노의 창녀 집 앞에 세워 둔 머스탬 자동차 속에서 사살된 시체로 발견됐다. 그는 창녀 집의 경호원으로 있었을 때 치정관계가 원인이 되어 창녀 집 경영자에게 사살된 것이다.「보나베나」는 34세의 한참 나이였다.
주니어라이트급의 세계2위였던「타이론·에베레트」는 지난 77년 5월26일 필라델피아에서 삼각관계로 여자친구에게 사살 당했다. 흑인인 윈손잡이「에베레트」는 지난75년 한국의 김현을 7회 KO로 이긴바 있는 강타자. 통산 36승(20KO) l패의 유망주로 유일한 1패는 WBC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알프레도·에스카레라」에게 도전했다 실패한 것이다. 최근의 사고로는 WBC페더급 챔피언이었던「크레멘테·산체스」(멕시코)가 지난78년 멕시코 시티에서 정체를 모르는 괴한에게 사살 당한 것이다.
이들 외에 세계 챔피언으로는 라이트급의「월레스·버드·스미드」(미국)가 지난 73년 7월11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사살 당했으며, 라이트헤비급의「배트링·샤키」(미국)가 지난 25년 12월15일 뉴욕의 술집에서 싸우다 사살 당했고 미들급의「스탠리·케젤」(미국)은 지난 10년 10월15일 미주리주의 콘웨어에서 여자가 쏜 권총에 맞아 죽었다. 또 미들급 세계 랭커인「알·데이비스」(미국)는 지난 45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헤비급의「조니·그로소」(미국)는 지난 32년 뉴욕주 마운트 버넌에서 그리고 역시 헤비급의「짐·엘리어트」(미국)는 1863년 시카고에서 각각 권총으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지난 13일「알렉시스·아르게요」를 14회 TKO로 누른 WBA주니어 웰터급 챔피언인「아론·프라이어」(미국)도 저격을 당한 일이 있다.「프라이어」(27)는 지난 81년 1월4일 자택에서 7세나 연상인 비서 겸 내연의 처「테레사·애덤즈」에게 말다툼 끝에 권총 세례를 받았으나 총알은 다행히 오른쪽 팔과 복부를 약간 스쳤다. 「프라이어」는 후에 경찰에 잡혀간「애덤즈」를 풀어 달라고 애걸하는 등 둘 사이엔 말못할 사정이 있는 듯 했다.「애덤즈」는 임신중임이 밝혀져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병으로 죽은 복서들>
복서들은 은퇴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천수를 누리지 못하는 예가 허다하다. 국내서수로는 해방 후「동양 3대 권투 왕」으로 올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정복수·박형권·송방헌 등이 모두 병사하고 말았다. 마우드 피스 대신 귤껍질을 씹으며 경기를 벌여「미깡 정」이란 닉네임을 가진 정복수는 1m67cm외 작은 키에도 웰터급에서 폭발적인 강타를 휘둘러 마치 동양의「로키·마르시아노」를 방불케 했다.
천하의 정복수도 은퇴 후 폐병을 앓다가 지난 62년 4월 42세로 요절했다. 또 박형권은 펀치 드렁커로 거의(원명「프란시스코·길레도」)는 지난 23년 6월18일 뉴욕에서「지미·월드」를 7회 KO로 이겨 플라이급 세계 챔피언이 되어 동양최초의 세계 챔피언이란 영광을 함께 가졌었다.
「빌라」는 2년 후인 25년 7월14일 이를 뽑은 자리에 독이 들어가 세의 한창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그는 지난 61년 권투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미국에선「갈색의 폭격기」란 애칭으로 30∼40년 헤비급을 주름잡던「조·루이스」가 말년에 정신질환 등 병으로 휠체어 생활 끝에 심장마비로 쓸쓸히 숨졌다.
세계 헤비급 타이틀을 25차례나 방어한「루이스」는 죽기 전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수위를 했는데 죽음도 극적이었다.
「루이스」는 지난 81년 4월12일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WBC 헤비급챔피언「래리·홈즈」9차 방어전인「드레버·버빅」과의 타이틀 매치를 관전한 후 이튿날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켜 김득구가 숨진 데저트 스프링즈 병원에 입원했으나 사망하고 말았다.
또 미들급과 라이트헤비급 등 2개 체급 챔피언이었던 나이지리아의「딕·타이거」는 지난71년12월14일 암으로 죽었다. 「타이거」는 16년간의 프로생활동안 81전을 벌였는데 은퇴한 뒤 5개월만에 사망, 선수 때 이미 암을 앓고 있었다는 얘기다.
병으로 사망한 복서는 너무나 많아 일일이 예거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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