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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정규직 과보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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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11월28일 30면>
망국적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방치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만 들끓고 있던 노동시장 개혁 논의에 물꼬를 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출입기자단과의 정책세미나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문을 연 것이 시발점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27일 “고용시장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과 노사·노조 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논의를 이어갔다. 사실 노동시장 개혁 문제는 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어느 정권이든 섣불리 건드리고 싶지 않은 뜨거운 감자였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끄집어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거꾸로 노동시장 개혁이 한국 경제의 회생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사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열악한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왜곡된 구조는 크게 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갖가지 경제·사회적 난맥상이 집약된 핵심적인 접점이다. 우선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기 때문에 기업은 신규 정규직의 고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할 여력도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정규직의 해고 요건이 어려운 데다 매년 올라가는 임금 등 인건비를 조정할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의 고용·임금 경직성이 역설적으로 비정규직을 늘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종사자는 607만 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2.1%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도 급속히 확대됐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 임금 차이는 2007년 100대 64에서 2013년에는 100대 55로 더 벌어졌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가입률도 대기업 정규직이 99%를 넘는 반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각각 34.2%(국민연금)와 40.9%(건강보험)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극단적으로 단절된 노동시장 구조는 청년실업자 양산과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 빈부 격차 확대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서는 번듯한 일자리를 새로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국민 경제가 성장할 여지도 줄어든다.

 해결의 실마리는 역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낮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을 높이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정규직에 대한 보호 수준을 그대로 둔 채 정규직을 더 뽑고,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고용 여력이 빤한데 무슨 수로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한다는 말인가. 무엇보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정규직 노조의 대승적인 양보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이러한 방향의 노동시장 개혁이 정부 여당의 일방적인 요구로 추진돼서는 곤란하다. 자칫하면 또 다른 노사정 갈등과 대립의 불쏘시개가 될 우려가 크다. 김무성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 마당은 이미 노사정위원회에 펼쳐져 있다. 여기에서 노사정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같이 살길을 찾아야 할 때다.

 이미 노사정위원회에는 노동시장의 각종 현안들이 올라와 있다. 통상임금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선 문제와 정년 연장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이다. 정규직 보호 수준을 낮추는 방식도 해고요건 완화 외에 임금체계 변경과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 퇴직 시 보상조건 강화 등과 연계해 다양하게 고려해 볼 수 있다.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도 함께 논의해 볼 만하다. 이 모든 노동현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해 보는 것이 대타협의 시발점이다. 그러자면 우선 양대 노조가 모두 노사정위에 나와서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여기에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성 있는 협상 주체를 포함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14년 11월27일 31면>
‘번지수 잘못 짚은 경제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저녁 출입기자들이 참여한 정책세미나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 인력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날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이 ‘해고의 절차적 요건 합리화’를 언급했는데, 최 부총리의 발언은 같은 맥락으로 들린다. 즉 정규직 고용유연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개혁안 논의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정규직 과보호를 해소하고 고용유연성을 높인다는 것은 결국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거나 임금 체계를 기업에 유리하게 개편하겠다는 뜻이다. 만약 정부가 이런 뜻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안을 다음달 중 열리는 노사정위 회의에 들고나온다면 황당한 일이다. 애초 정부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축소에 개혁안의 초점을 맞추는 듯했는데 엉뚱하게도 정규직의 고용 불안 등을 야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와 차별이 심한 것은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병폐이며 고질적인 문제다. 여기에는 단지 노동 관련 법령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정책, 사회안전망, 기업의 고용 관행 등 여러 현안과 의제들이 얽혀 있어 일시에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정규직 과보호론에 근거한 제도 개편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전체 노동시장의 고용불안을 부추겨 내수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게 뻔하다.

 노동시장의 현실을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정규직 과보호론은 근거도 박약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정규직 고용보호지수는 34개 회원국 중에서 23위에 머물고 있다.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경직된 태도를 비판할 수는 있겠으나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 역량은 비정규직의 처우와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경영계 일각에서도 정규직 보호 완화를 경계하는 시각이 있다. 경영계는 그동안 총량적인 노동시장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형태와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예컨대 대한상공회의소의 경우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보다 각 사업장에서 임금과 직무의 탄력적인 조정 등 내부의 질적 유연화가 우선적인 과제라고 주장한다.

 정규직 과보호론에 근거한 고용유연화 방침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데다 사회적 갈등과 소모적인 정치 공방만 야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거두는 게 마땅하다. 상생의 노사 관계, 고용 안정 등을 통한 성장잠재력의 회복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노사정위원회나 국회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서 철저히 타당성을 검증하고 공감대를 쌓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논리 vs 논리] 중앙 “정규직 과보호 낮춰야” 한겨레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왼쪽 둘째)이 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노동시장 개혁 발언이 논제로 올랐다. [뉴시스]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응하여 1996년 12월26일 비정규직 내용이 포함된 노동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1997년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합의서에 서명하고 대기성 차관 제공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일련의 사태로 많은 회사들은 경영 위기를 맞거나 부도가 났고, 이때부터 ‘기업경영의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대한민국의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났다.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개혁안 논의를 앞두고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나온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규직 과보호 문제를 언급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고용시장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론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두 사설은 관점이 조금씩 다르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와 여당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한 것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이 ‘해고의 절차적 요건 합리화’를 언급한 것은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말하자면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거나 임금 체계를 기업에 유리하게 개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축소’에 개혁안의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고용 불안 등을 야기’한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 선회를 비판한다.

 이에 대해 중앙은 노동시장 개혁 문제가 ‘한국 경제의 회생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고 진단한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열악한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가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중앙은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한 결과 기업들이 신규 정규직 고용 대신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분석한다.또 정규직의 고용과 임금 경직성이 비정규직을 늘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를 벌어지게 한다고 말한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문제 삼기보다는 노동자 편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한겨레와 기업의 편에서 정규직 과보호론을 옹호하는 중앙의 견해가 갈리는 지점이다. 그러나 두 사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와 차별에 대해서는 똑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한겨레는 이를 두고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병폐이며 고질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중앙은 이 문제가 ‘청년실업자 양산,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 빈부 격차 확대’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한겨레는 정규직 과보호론에 대해서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한다. 첫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조사 결과 한국의 정규직 고용보호지수가 34개 회원국 중 23위로 낮다는 점과 둘째는 대한상공회의소의 경우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보다 내부의 질적 유연화가 우선적인 과제라고 주장하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역량은 ‘비정규직의 처우와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중앙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낮추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정규직 노조의 대승적인 양보가 필요하고 노사정위원회에서 김무성 대표의 지적대로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살 길을 찾기 위해서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한겨레는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론에 근거한 고용유연화 방침을 거두는 게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노사정위원회나 국회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서 철저히 타당성을 검증하고 공감대를 쌓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중앙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정규직 보호 수준을 낮추는 방식 이외의 방안들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고려해보고,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기 위해서 양대 노조와 비정규직, 청년실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성 있는 협상 주체가 모두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서 노동현안을 논의하라고 주문한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국어교사

 2014년 정규직 근로자 평균소득 260만4000원, 비정규직 근로자 평균소득은 145만3000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과 격차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이 문제를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 문제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해결되는지 지켜보자.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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