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못 찾은 돈 여전히 "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사채>
서울 명동의 경우 서서히 그전 수준으로 회복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사채관계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명제실시 연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최근 들어 은행돈줄이 죄어들면서 사채를 찾는 기업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는 아직 눈치를 살피며 정중동의 상태. 명동의 하루거래량은 종전의 3분의1수준에 불과하나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7·3조치이후 전주들의 자금운용 양상은 많이 달라졌다.
부동산 쪽에 몰려갔는가 하면 금리를 좀 덜 먹더라도 채권시장에 숨어들어 철저한 안전제일주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일부 이름난 전주들은 단자회사의 신규설립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따라서 실명제실시 연기가 확정된다고 해서 사채거래의 양상이 곧바로 그전 상태로 돌아가기는 힘들게 되어 있다. 7·3조치의 충격으로 이미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장관계자들은 내년 중반쯤 가서야 본격적으로 사채거래가 그전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의 분위기로 일단 안심은 했지만 그래도 못 믿겠다는 돈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사채업자들은 최근의 증시 활 황으로 주식투자로 전환하는 기미도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은행의 요구 불 형태로 관망하고 있는 돈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이중에는 금리인상여부에 따라 태도를 결정하겠다는 돈들도 적지 않다. 워낙 혼이 났던 터라 기대만큼 금리가 오를 경우 마음 편하게 수익률 높은 채권을 택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