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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깨진 암흑공항 헬기 소리만 베이루트상점엔 「이」상품 산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끝난 뒤 레바논정부의 새 대통령 「아민·제마옐」의 주도로 총력북구작업에 나섰으나 간간이 총격·폭발·테러사건 등이 일어나 불안한 분위기는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한밤 중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했으나 조명등이 모두 부서져있어 비행장 주변은 매우 캄캄했다. 불빛도 없는데 치누크헬기 3대가 비행장 상공을 선회하면서 계속 경계했다. 승객을 태운 공항버스는 양쪽유리가 모두 박살나서 바람이 들어오고 차체에는 총흔이 많았다. 공항 곳곳에는 포탄이 떨어졌던 구덩이가 나있고 시내 진입로에는 도중 여러 곳에서 레바논정규군이 바리케이드를 세워놓고 검문했다.
밤이면 기온이 섭씨 14도 정도여서 군인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검문했다. 레바논정규군은 주로 레바논 인을 대상으로 검문, 차는 트렁크를 모두 열어보고 몸수색도 했으며 신분증이 없거나 수상하면 현장에서 연행하기도 했다. 미·불·이 등 평화유지군은 검문소에는 배치돼 있지 않고 주로 탱크·장갑차·지프에 기관총을 설치하고 이동순찰만 하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인들이 학살된 현장인 샤틸라 피난민 촌에는 파괴된 건물들이 이제는 말끔히 치워지고 얼마 전까지 그곳의 공기를 진동시켰던 시체냄새도 소독약 덕분으로 말끔히 없어졌다. 그러나 시내곳곳에는 파괴된 건물이 즐비했고 하수도와 상수도 관이 터져 물이 길바닥으로 흘러내려 질펀한 것을 그냥 방치해놓고 있었다.
시가중심지에는 낮에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모습이 보였지만 밤이 되면 파괴된 가로등 때문에 어둠이 깔린 시가에 순찰차 외에는 사람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시가지에는 과거 각 종파의 깃발들이 사라지고 빨간색과 흰색으로 된 레바논국기가 곳곳에 꽂혀있어서 국가기강을 잡으려는 정부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는데 어느 정도 잡혀있는 것 같았다.
기자가 본 베이루트시가지는 전쟁당시에 비해서는 사태가 많이 나아진 것으로 보였으며 이스라엘에서 일용잡화와 농산물 등 생활필수품이 대량으로 흘러 들어와 시민들의 생활은 그런 대로 평온을 유지하고있었다. 이스라엘의 농산품이 레바논산보다 싸게 팔리는 것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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