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교류 협정 맺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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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군사교류협정 체결 방침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31일 도쿄에서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방위청 장관을 만나 군사협정 조인을 포함한 양국 간 군사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고 도쿄의 외교 소식통이 25일 밝혔다.

양국은 당초 이번 윤 장관의 방일 중 협정에 서명키로 합의했었으나 6자회담 속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우려 때문에 체결 시기는 다소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일 군사교류협정은 양국 간 방위협력 방안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체계화하는 기본 문서다. 양국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정상회담 합의를 토대로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 교류와 해군.해상자위대 함정의 공동 수색, 구난 훈련 등 사안별로 협력체제를 구축해 왔다.

일본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군사력 팽창, 북한 핵문제, 중.러 공동 군사훈련 등 동북아 지역의 안보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긴밀한 한.일 간 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러시아.캐나다.호주 등과 군사교류협정을 맺고 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뉴스 분석] 한·미·일 삼각 동맹 강화
동북아 정세 큰 파장 예고

한.일 군사교류협정이 성사되면 최근의 대규모 중.러 합동 군사훈련 실시 등 동북아 주변 정세의 변화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각각 미국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과 일본 간의 군사교류를 문서화하는 것은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의 실질적 강화로 비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를 포함한 극동지역의 유사상황에 대비해 한.미, 미.일 간은 물론, 미군 기지가 있는 한.일 두 나라 간의 긴밀한 군사협력 체제 구축에 적극적이다.

한.일 양국이 6자회담에 줄 영향을 예상해 조인 시기를 재조정키로 한 것도 협정 체결이 몰고 올 파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오부치(1998) 회담과 노무현-고이즈미(2003) 회담에서의 양국 정상 합의를 토대로 한.일 양국의 방위분야 교류는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돼 왔다. 양국은 국방 각료 및 군.자위대 수뇌부의 상호 방문을 매년 실시하는 한편 국방정책 실무회의를 정례화해 지금까지 13차례 개최했다. 이 밖에 항공기와 함정 교환 방문, 사관생도 교환 방문 등도 활발하다. 지난달에는 모리 쓰토무(森勉) 육상막료장이 한국을 방문해 김장수 육참총장과 군사협력체제 구축방안을 논의했다.

협정이 체결될 경우엔 일본의 침략을 당한 경험이 있는 한국의 국민 감정에도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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