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살' 셀룰라이트를 의심하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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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껍질, 마른 비만, 서양인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많이 보이는 유형… 셀룰라이트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내 머릿속을 맴돌던 이미지들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면, 우리는 셀룰라이트에 대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요컨대 셀룰라이트는 여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천형이자, 단순히 운동과 다이어트로는 풀리지 않는 난해한 숙제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보디라인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 셀룰라이트에 완벽한 이별을 고하는 법을 생각할 때다.

셀룰라이트는 허벅지가 아닌 발목에 있다
나와 퍼스널 트레이너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오늘은 5주 동안 꼬박꼬박 체형 교정 트레이닝을 받아온 내 몸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검사를 받는 날이다. 출산 후 내 몸은 심각한 비대칭 상태였다. 본래 걸음걸이가 돌잡이 아기처럼 팔자로 아장아장 걷는 모양새였지만 최근에는 몸이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걷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변형이 진행되고 있었다. 린 클리닉에서 운영하는 엑서프리센터의 체형 교정 프로그램에 등록하기로 결심한 것은 즐겨 신던 플랫 슈즈가 맞지 않아 나도 모르게 구겨 신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였다.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처음으로 숙제 검사를 받는 초등학생처럼 위축되어 있는데, 트레이너가 의외의 말을 던졌다. “오른쪽 발목에 셀룰라이트가 엄청 많아요!” 셀룰라이트? 마른 체형은 아니지만 발목까지 살이 찔 정도로 뚱뚱한 편은 아니라 자부했는데 이제는 발목에까지 지방이 낀 것일까? 셀룰라이트라는 말에 좌절하는 순간 트레이너가 지렛대처럼 보이는 도구를 가져왔다. “우선 석회화된 셀룰라이트를 좀 찢어야 될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찢어질 것처럼 아프지만 걸음걸이를 고치려면 반드시 견뎌야 해요.” 의아해하는 내게 트레이너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사실 셀룰라이트는 발목에 가장 많이 쌓여요. 아, 우리가 생각하는 오렌지 껍질 같은 셀룰라이트 말고 여성의 90%가 갖고 있는 ‘섬유형 셀룰라이트’가 말이죠.”

인터넷에 할리우드 여배우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휴양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비키니 차림의 스타 사진이 올라올 때가 있다. 얇은 수영복 사이를 비집고 나온, 허벅지와 엉덩이의 울퉁불퉁한 오렌지 껍질 같은 피부를 볼 때마다 고급 스파에서 전신 관리를 받는 여배우도 어쩔 수 없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최근 <제3의 살>이라는 저서를 통해 학계 최초로 새로운 셀룰라이트 유형을 보고한 린 클리닉의 김세현 원장은 오렌지 껍질 피부는 셀룰라이트라는 거대한 세계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 말한다.

우리가 대개 ‘살’이라고 부르는 것은 뼈에 붙은 근육과 지방을 가리킨다. 따라서 살이 쪘다고 느낄 때 대개는 유산소운동을 해 근육과 지방의 양을 조절하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제3의 살’이 숨어 있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와 세포 사이에 바탕질이라 불리는 거대한 점액질이 바로 그것. 이 점액질은 노폐물과 영양분이 부유하는 커다란 어항과도 같은데, 다양한 이유로 오염되어 끈적거리거나 딱딱해져 그 존재를 드러낼 때가 있다. 이렇게 변성된 바탕질이 바로 셀룰라이트인 것. 우리가 흔히 오렌지 껍질이라 부르는 셀룰라이트는 지방조직이 커지고 결합조직이 접히면서 생기는 것으로 지방형 셀룰라이트 혹은 따스한 셀룰라이트라 부른다. 지방형 셀룰라이트는 허리는 늘씬하지만 엉덩이와 허벅지가 두꺼운 젊은 여성에게 많이 보이며 심할 경우 살이 트는 형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셀룰라이트는 부종이나 통증으로 연결되지 않고 그저 피부만 변형돼 보일 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와 반대로 차가운 셀룰라이트, 즉 바탕질이 변해서 생기는 섬유부종형 셀룰라이트다. 이 셀룰라이트는 지방형 셀룰라이트에 비해 피부 겉으로 증상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섬유형 셀룰라이트가 쌓인 피부는 부드럽다기보다는 바람이 빠진 듯 축 처지고 흐늘흐늘하게 느껴지며, 수분이 빠진 치즈 덩어리처럼 딱딱하게 변한다. 게다가 바탕질이 오염된 것이므로 근육을 둘러싼 막인 근막에 염증이 발생해 특정 부위의 근육만 더 자주 쓰게 되고 이로 인해 체형 변형이 시작된다.

“섬유형 셀룰라이트의 원인은 크게 4가지예요. 비만, 잘못된 체형, 장에 쌓인 노폐물이나 여성호르몬 자체가 이유가 될 때도 있죠. 문제는 사람들이 셀룰라이트로 생긴 부종이나 잘못된 자세를 지방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거예요. 셀룰라이트를 관리해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과도한 운동을 하거나 굶어버리니 바탕질이 지속적으로 염증에 시달리고 오염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내 경우 다리를 꼬고 앉거나 뒤뚱뒤뚱 걷는 습관이 오랫동안 계속돼 근육이 마모되고 변형이 고착화돼 셀룰라이트가 심해진 경우란다. 근육 기능에 변형이 일어나면 근막에 염증이 발생하고 다시 근막을 접하고 있는 바탕질이 오염돼 셀룰라이트가 생긴다. 그리고 이는 잘못된 체형을 불러오고 다시 셀룰라이트가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셀룰라이트가 가장 잘 나타나는 부위가 발목인 것도 이 때문이다. 몸 전체가 바르게 정렬돼 있어야 발목 역시 가늘고 예쁠 텐데, 발목이 이고 있는 신체 부위 중 어느 하나라도 비뚤어져 있다면 발목이 한쪽으로 치우쳐 그 부위에 섬유형 셀룰라이트가 생기고 부종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특별히 많이 먹거나 운동을 소홀히 하지도 않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남들보다 굵은 ‘통뼈’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식사량이 불규칙한 나 역시 내 몸무게의 8할은 근육과 뼈의 무게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모두 잘못된 습관으로 쌓인 셀룰라이트가 이뤄낸 허상이었던 것!

발목에 셀룰라이트가 많이 쌓인 이들이 실제로 평균보다 가는 발뒤꿈치 뼈를 갖고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내 잘못된 체형도, 고치기 힘들었던 걸음걸이도, 식이요법과 운동에도 꿈쩍 안 하던 몸무게의 비밀도 모두 발목에 쌓인 셀룰라이트 때문이었던 것이다. “학계에서는 셀룰라이트를 제3의 살이라 불러요. 제1의 살이 우리 몸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근육, 제2의 살이 몸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내는 데 필요한 지방이라고 한다면, 셀룰라이트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지만 병들고 늙은 살이기에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인 것이지요.” 김세현 원장의 설명을 듣고 나니 불현듯 옛 속담이 떠올랐다. ‘발목 굵은 여인은 며느리로도 들이지 마라.’ 선조들은 발목 두께와 셀룰라이트의 상관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안티 셀룰라이트 라이프를 시작하다
단지 눈에 보이는 셀룰라이트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섬유형 셀룰라이트가 지속될수록 체형이 비뚤어지고 부종과 염증이 심화되면서 장내 유익균이 줄어들고 근막 염증 등 심각한 질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래된 셀룰라이트는 석회화돼 딱딱해지기 때문에 충격파를 이용해 조직을 누그러뜨리고 근육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선행해야 할 것은 ‘안티 셀룰라이트 다이어트’다. 바탕질에 독성 물질이나 노폐물이 쌓이지 않게 하려면 우선 장 기능을 강화해 누수되는 유익균이 없도록 해야 하고 반대로 장내 세균총을 일으키는 음식은 피해 바탕질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병원에 살을 빼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무작정 지방세포를 줄이거나 없애달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어요. 그래서 실제 체형과 살의 유형을 보면 이건 지방의 문제가 아닌, 셀룰라이트를 케어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죠. 이처럼 셀룰라이트가 과도하게 쌓여 있는 것을 비만이라고 오해하거나 부종이 생기는 것을 타고난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요. 이 모든 것이 세포를 감싸는 바탕질이 오염돼 생긴 것인데 말이죠.” 내 몸에서 셀룰라이트를 몰아내려면 우선 4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첫 번째는 설탕을 먹지 않는 것. 설탕 등 당분은 이미 생긴 셀룰라이트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바탕질과 결합조직, 근육이 튼튼해질 수 있도록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바탕질이 독소로 오염되지 않도록 유익균을 공급해 장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을 많이 마셔 바탕질이 독소를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외에도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황금비율을 계산해야 한다. 탄수화물 섭취는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제한하고 그 양 역시 밥 한 공기와 고구마 한 개 분량인 600kcal를 넘지 않도록 한다. 산성을 띠는 동물성 음식은 바탕질의 변성을 일으키므로 이를 제어하기 위해 익히지 않은 채소를 육류의 4배 정도 함께 섭취해야 한다. 식습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이제 몸의 황금 각도를 찾을 차례다. 셀룰라이트의 원인이라고 우리가 계속 지적했던 바탕질의 변성은 사실 근막 염증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잘못된 자세를 바로잡아 몸의 황금 각도를 맞춘다면 과도한 셀룰라이트가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거울을 정면으로 보고 바로 섰을 때 양어깨와 골반이 수평인지 확인하고 이 두 부위가 이루는 각도가 0에 가까워야 황금 각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식이요법과 자세 교정만 제대로 된다면 섬유형 셀룰라이트는 절반 정도 고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단계는 이미 쌓인 셀룰라이트를 제거하는 일만 남은 셈. 셀룰라이트를 치료할 때 가장 흔히 겪는 오류 중 하나가 바탕질의 변성으로 생긴 차가운 셀룰라이트를 지방형 셀룰라이트와 혼동한다는 데 있다. 나의 두툼한 살이 지방세포가 커져서 생긴 것인지, 셀룰라이트로 이뤄진 것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하며 혹여 그 살이 셀룰라이트라고 해도 어떤 유형인지 알기 전까지는 섣불리 셀룰라이트를 치료하지 말아야 한다.

정확한 판단은 의사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잘 먹지 않았는데도, 운동을 멈춘 적이 없었는데도, 해독 주스 등 몸에 좋다는 것은 한번쯤 다 시도해봤는데도 늘 그대로였던 내 숨겨진 살들과 부종의 정체는 지방이 아닌 셀룰라이트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적의 존재를 알았으니 이제 팔자걸음에서 자유로워질 날도, 부종에서 해방될 날도 머지않았으리라 믿는다.

▶나의 셀룰라이트 지수는?
도시적인 삶은 셀룰라이트를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세현 원장은 아래 문항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면 이미 셀룰라이트로 인해 부종, 만성피로, 스트레스, 장내 세균총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중일 것이라 경고한다. 다음의 체크리스트를 확인해보길.

1 공항 근처에 살고 있다
2 밤에 형광등을 켜놓고 잔다
3 염색이나 탈색, 펌을 6개월에 1회 이상 한다
4 부엌에 화학조미료가 있다
5 합성섬유로 된 옷을 많이 입는다
6 주 3회 이상 생선을 먹는다
7 코르셋이나 보정 속옷을 자주 착용한다
8 하루에 한 번, 당근이 든 과일 주스, 스무디를 마시는 습관이 있다
9 하루 두 끼 이상 외식을 한다
10 정기적으로 술을 마신다
11 손톱이 잘 부러진다
12 늘 복부가 더부룩하다
13 코 막힘이 심하고 재채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글=이기항 헤렌 기자, 사진=목정욱, 도움말=김세현(린 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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