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국에 125개 의료기관 해외수출 … 2020년엔 200개 진출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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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해외 환자는 63만 명. 이를 통해 발생한 진료 수입은 1조원에 달한다. 환자의 국경을 허문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기술과 서비스·시스템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로 향하고 있다. 현재 19개국에 125곳의 의료기관이 해외에 진출한 상태다. 2010년 대비 115% 성장한 수준이다.

 의료수출의 형태는 전문화·대형화로 변화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 정은영 과장은 “초기에는 의원급 민간 병원의 단독 진출이 주축이 됐다면 최근에는 전문병원·종합병원 단위의 대규모 위탁경영 형태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출 국가는 중국·미국·몽골·베트남, 진출 과목은 한방·피부·성형·치과·건강검진센터 등의 순으로 많다.

시장 공략 1순위는 중·러·UAE·사우디

해외 진출 방식은 다양하다. 단독투자형은 경영권을 장악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지만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반면 합작투자형은 투자 부담이 감소하지만 기술·노하우가 유출될 수 있다. 또 위탁경영형은 리스크가 낮은 대신 계약기간 동안에만 수입이 발생하고, 프랜차이즈형은 사업의 대규모화가 가능하지만 가맹점의 완벽한 통제가 불가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수출기획팀 배좌섭 팀장은 “아직까진 안정적인 현지화를 위해 ‘공동법인의 합작·위탁경영’ 진출 형태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물론 의료수출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해외 진출 주요 전략 지역을 1·2·3선으로 추렸다. 1선 국가는 중국·러시아·UAE(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 2선은 카자흐스탄·몽골·베트남, 3선은 미국·우즈베키스탄·미얀마 등이다. 배 팀장은 “기존의 의료기관 해외 진출 실적과 의료기관의 진출 희망 국가, 한국과의 국제협력사업 현황, 해외 환자 유치 현황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의료·장비·운영·인력 묶어 상품화 필요  

향후 추구해야 할 의료수출의 모델은 패키지 형태다. 이를 ‘K-Medi Package(K-메디 패키지)’로 정의한다. 의료 서비스와 장비·운영시스템·인력 등을 패키지 형태로 상품화하는 것이다. 배 팀장은 “해외 현지에 거점병원을 세우고 의료시스템·서비스를 수출해 국내 병원으로까지 환자를 유입하는 선순환적·융복합형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500병상을 기준으로 패키지 모델을 수출하면 초대형 항공기 3대, 초대형 유조선 9대와 맞먹는 9200억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수출에 있어 정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세계 7대 HT(헬스 테크놀로지) 강국 도약’ ‘메디컬코리아벨트 조성’을 위해 차별화된 맞춤형 전략으로 2020년까지 국내 의료기관 200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외 무대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존재한다. 정 과장은 “한국 의료만 뛰어나다는 자만은 금물”이라며 “일본·대만·중국 등 경쟁자가 제시하는 조건은 무엇인지, 진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성공적 진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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